원래 존재하지 않는 정신분열증이란 병[책과 삶]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유영미 옮김
김영사 | 384쪽 | 1만8800원
망상과 환청은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26세 ‘존’은 어느 날 베를린의 한 응급실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그는 3일째 잠을 자지 못했는데, 러시아 마피아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해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는 급성 정신병으로 진단하고 신경안정제를 처방했다. 존은 ‘이제 괜찮다’며 사라졌지만 1년 뒤 기차에 치여 사망했다. 존의 주장은 진실이었을까, 망상이었을까. 신경과학자 필리프 슈테르처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에 “조현병 진단은 특정 기간에 조현병 특유의 증상을 얼마나 많이 보였는지 기준으로 내려진다”며 “어엿한 병리학에 기초한 ‘정신분열증이라는 병’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슈테르처는 사람의 인식은 세상과 많이 일치하거나 덜 일치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유동적이라고 본다. 그의 ‘예측 처리 이론’은 사람의 뇌가 자신의 예측과 불확실한 감각 데이터로 세계상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예측에 부합하는 감각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건강한 사람은 자주 접하는 대상의 경우 그 형태를 더 정확히 예측한다. 착시 실험에서 건강한 사람은 친숙한 대상인 경우 더 강한 착시 현상을 보였지만, 조현병 환자는 친숙하건 낯설건 착시에 잘 걸려들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는 예측보다 주어진 시각 정보를 지각에 더 활용하기 때문이다. 슈테르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성에 의문을 던진다. 대체로 남성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여성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비합리적 확신’을 사회적 진화로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슈테르처는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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