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인간들, 어리석은 선택, 살벌한 대가…원전의 ‘잔혹 동화’[그림책]
그림 동화
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전영애·김남희 옮김
민음사 | 1권 728쪽, 2권 980쪽 | 1권 3만원, 2권 3만2000원
누군가에게 동화 ‘백조 왕자’의 줄거리를 말해달라고 하면, 대개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마녀의 저주로 백조가 된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여동생이 풀을 엮어 옷을 만드는 이야기.’ 이건 ‘어린이 버전’이다.
백조 왕자의 원전은 그림 형제(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의 ‘여섯 마리 백조’다. 원전도 ‘저주로 백조가 된다’는 이야기의 뼈대는 같다. 어린이용으로 바뀌면서 삭제된 부분은 이런 것이다. 원전에서는 풀로 옷을 만드는 동안 말을 해서도, 웃어서도 안 되는 동생이 어떤 왕과 결혼해 왕비가 된다. 말 못하는 왕비가 된 동생은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는다. 시어머니는 왕비가 출산을 하자 아이를 빼돌린 뒤 왕비의 입에 피칠갑을 한다. ‘아이를 먹은 식인종’이라고 몰아가는 것이다. 왕비는 결국 화형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화형 직전 옷을 완성해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누명을 벗는다. 화형대에서 죽는 건 시어머니다.
그림 형제의 민담집 <그림 동화>가 다시 출간됐다.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의 완역본이다. <그림 동화>는 그림 형제가 14년간 독일 전역을 다니며 모은 200가지 민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빨간모자’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의 원전은 대부분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원전으로 한다. 원전에는 ‘여섯 마리 백조’처럼 입에 피칠갑을 하는 등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라는 원제가 무색할 만큼 잔인하거나 적나라한 내용들이 많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벌하기 위해 발가벗겨 뾰족한 못이 박힌 술통에 넣는다거나, 화가 나 몸을 반으로 찢는 식이다.
<그림 동화>는 200여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자가 되거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평범한 인간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고,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누구나 아는 유명한 동화의 원전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생소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그림 형제의 삽화가’로 알려진 화가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점도 책에 수록됐다.
바이마르 괴테 학회에서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을 받은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남희 경북대 교수가 번역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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