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사랑하라”는 꼰대의 잔소리…돈부터 제대로 주셔야죠 [Books]
업무 늘고 정부지원 줄어도
교사에게 사명감 세뇌시켜
교권확립·처우개선은 뒷전
정당한 노동 대가 받지못해
헌신 강요당한 직업군 해부
저널리스트 세라 자페는 신간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에서 말한다. 혹시라도 당신이 일을 사랑할 순 있겠지만 일은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일과 인간은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사랑이란 가면을 덧씌우고 사랑을 빙자해 ‘열정페이’나 ‘희생’을 강조하는 전 세계 직업군을 탐방한 책이 출간됐다. 사랑의 감정을 주입하며 착취를 권장하는 직업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직업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쓴 책이다. 교사, 예술가, 비영리단체, 시간강사, 프로그래머, 운동선수 등은 ‘사랑의 노동’이라는 신화 뒤에서 착취 시스템의 부품이 되어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 LA 교사들은 한때 장기간 파업을 벌였다. 교실당 학생이 늘었지만 정부 지원은 줄어들었다. 그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면 ‘욕심이 많다, 돈만 보고 저런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새로운 세대의 육성을 위해선 ‘사랑’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세상은 교육자와 피교육자를 세뇌해 왔다. 교사들은 일을 천직과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신화 말이다.
책에 따르면, 세상 어디에서나 교사라는 신분은 애매하다. 의사나 법률가만큼 존경받지 못하면서, 딱히 노동자층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산이 줄면 줄어든 범위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요구를 받는데, 이는 ‘사랑을 가르치는’ 직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저자는 쓴다. “사랑도 일의 일부로 보상받아야 한다. 다들 그 말을 불편해 한다. 그러나 사랑도 노동이다.”
예술계 최하층부도 사랑과 착취의 기제가 작동 중이다. 일단 예술가로 성공했다면 그 이면의 작업보조자들을 이용해 일어선 수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인간 두개골을 1억달러에 판매한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영감에 특허를 붙이고 제품화해 인터넷에 파는 기업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사람을 써서 물건을 만들게 하고, 중간 이윤을 취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시간강사는 아예 ‘프롤레타리아 전문직’이란 별명까지 뒤따른다. 역사적으로 지배계층이 지식을 추구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가 노동을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이 순간, 대학원생들은 뛰어는 스승의 노동을 대신한다. 동시에 스승이 세워 놓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장시간 일하면서도 웃음기를 잊지 말아야 하며, 연구와 수업을 대신한 뒤 때로 학생평가도 담당한다.
대학원생은 때로 장학금을 받지만 대학은 그건 ‘교육 보조금’이라고 말한다. 보조금을 받았으니 그들의 노동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형성된다. 흥미로운 건 대학 행정당국과 교수들의 월급이 대학원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학위 수여부터 박사 프로그램 탈락 등 대학원생 개인의 운명이 지도교수 손끝에 달려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노동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기대감과 성취 이면에서 우리의 노동이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새 노동윤리가 필요하다.” 당신의 노동으로 인한 생산의 결과물이 당신의 급여보다 가치가 크면 그게 바로 착취가 된다. 그러니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라도 그 이면을 돌아보라고, 누군가 당신의 노동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진 않느냐고 책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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