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다음날 시장이 더 요동친 이유…중립금리 상승[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금융시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온 당일보다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더 크게 요동쳤다.
이날 미국 증시는 전날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전날 잠잠했던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1.1%, S&P500지수는 1.6%, 나스닥지수는 1.8% 급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133%포인트 뛰어오르며 4.479%를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2007년 10월18일 이후 최고치다.
첫째는 전날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점도표를 통해 금리를 올해 한 번 더 올리고 내년에 금리를 예상보다 덜 낮춰 금리 상단을 5%로 유지할 수 있다고 시사함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표를 말한다.
연준 위원들은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예상했지만 투자자들은 전날 FOMC 결과를 곱씹으며 "고금리가 이렇게 장기화하면 소비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지출을 줄일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증시는 긴축 사이클이 조만간 끝나고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반기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 시나리오가 높은 금리가 오래 유지되면서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돌변한 것이다.
CNBC는 이날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FOMC는 올해 나머지 기간이나 내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준이 진정으로 전달했던 것, 또 시장을 뒤흔든 것은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든, 내년에 금리를 덜 내리든 상관없이 장기적인 금리 경로가 지난 20년간 투자자들이 적응해온 것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연준 위원들이 전날 점도표를 통해 금리가 이전에 계획했던 것만큼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데 대해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는 금리가 오랫동안, 예컨대 내년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말하자면 10년 이상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WSJ는 이날 2년물 국채수익률은 0.03%포인트 오르는데 그친 반면 장기물인 10년물과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133%포인트와 0.152%포인트씩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립금리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특정 수준의 금리에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5.25~5.5%의 금리에서도 수요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지 않는다면 중립금리는 이전에 관측됐던 것보다 더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고용시장이 5.25~5.5% 금리에서도 탄력적인 한 가지 이유는 중립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중립금리의 특성상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조짐이 나타나자 연준은 이후 10년간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했다. 그럼에도 성장률은 부진했고 인플레이션은 2%를 밑돌았다.
그러자 연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금리는 점도표의 장기 금리 전망치를 보면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의 장기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2013년 4%에서 2019년에는 2.5%로 하락했다. 이는 실질금리가 0.5%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점도표를 상세히 보면 19명의 연준 위원 중 5명이 장기 금리를 3% 이상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에는 3명, 지난해 12월에는 2명만 3% 이상을 예상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변화다.
WSJ는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금리가 올랐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이유로 점도표와 함께 SEP를 꼽았다. SEP는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전망치를 담고 있다.
SEP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2026년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 성장률인 1.8%와 일치하고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중립 수준인 4%,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6년이면 성장률과 고용, 인플레이션이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때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금리가 중립금리가 된다.
그런데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2026년 금리 중간값은 2.9%이다. SEP와 점도표를 종합해 보면 중립금리가 기존 2.5%에서 2.9%로 올라갔다고 유추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기업과 가계, 은행 등이 돈을 빌리기보다 빚을 갚는데 주력하면서 저축 수요가 줄고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면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탓이다. 미국의 공공부채는 현재 GDP 대비 95%로 2020년 초 80%에 비해 올라갔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코로나 팬데믹 전 GDP 대비 5% 미만에서 지금은 6%로 올라갔으며 계속 상승 중이다.
정부 부채가 늘었다는 것은 국채 발행이 늘었다는 의미다. 국채를 더 많이 팔려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결과 자연히 시중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중립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아울러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코로나 팬데믹 때 시중 금리를 낮추기 위해 사들였던 국채를 지난해부터 재연장하지 않고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상승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연준의 주된 걱정거리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밑돌아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연준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해 소비를 자극하려 했다.
반면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도는 것이 연준의 더 큰 걱정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연준의 정책 기조를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금리 선물시장은 지금부터 10년 후 금리를 3.75%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립금리인 4~4.5%보다 낮은 것이다.
다만 WSJ는 중립금리에 대한 이 모든 분석들은 추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하락하거나 경제성장률이 갑작스럽게 둔화하거나 국채수익률이 급락하면 중립금리 추정치 역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연준이 중립금리를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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