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판사, 권순일과 동문·특수관계'? 법원 반박 들어보니

유창훈 판사 맡기로…조선일보 "이재명 영장 심사 괜찮나"
법원 "영장심사 배당 기준에 따른 것"
50억클럽 박영수, 더탐사 강진구, 돈봉투 이성만 기각…강래구 박용수 구속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권순일 전 대법관과 고교대학 동문이고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어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보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영장 배당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 권순일 전 대법관. ⓒ 연합뉴스

이화송 서울중앙지법 공보관(판사)은 22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의 영장 실질심사를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으며, 심사일정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열리는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이 공보관은 유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게 된 이유를 두고 '3명의 영장전담 부장판사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서가 접수된 지난 18일 담당 법관이 심리를 맡는 원칙에 따라 유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맞는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22일 오후 온라인에 올린 <이재명 영장 판사, 박영수는 기각… 송영길 전 보좌관은 발부>(원제목 : 이재명 영장 판사, 권순일의 고교·대학 후배… 박영수 영장 기각 이력) 기사에서 유 부장판사가 권순일 대법관과 같은 고교,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모두 대전고, 서울법대 졸업)이고, 유 부장판사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던 2013~2015년, 권 전 대법관도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법관을 역임한 인연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 검찰 관계자가 "권순일 전 대법관과 서로 특수관계인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인데, 이재명 대표 영장 심사를 맡겨도 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제2차 윤석열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규탄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 같은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두고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2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사건 배당에 관한 기준에 따라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의견을 말씀드린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유창훈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판사를 하면서 어떤 사건에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했는지도 관심사다. 이 공보관이 확인해준 사례와 그동안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지한 유 부장판사의 영장 처리 사례를 보면, 이른바 대장동 '50억클럽'의 몸통 박영수 전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례가 가장 주목된다.

▲조선일보 온라인 2023년 9월23일 기사 갈무리

유 부장판사는 지난 6월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위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박 전 특검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의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의 진술을 이 법원의 심문 결과에 비추어 살펴볼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영장판사인 윤재남 부장판사가 지난달 3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또 민주당 돈봉투 사건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한 반면, 무소속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에서 위증 혐의를 받은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고 △지난 총선에서 민중당(현 진보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이화송 공보관은 전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도 유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2월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거지 침입 혐의로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해 확보돼 있고, 강진구 대표 소환 조사 등 그동안의 수사 절차 결과 및 피의자 직업 등을 종합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28일 비방 기사 삭제를 대가로 거액을 뜯은 혐의(공동공갈)를 받는 이아무개 NBN TV 탐사보도국장의 구속영장도 유 부장판사가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재판장에 보내는 불구속수사를 촉구 온라인 탄원서를 받고 있다. 더민주혁신회의는 2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의 온라인 탄원을 시작한 것이 2023년 9월 22일(금) 오전 11시 2분인데, 시작한지 5시간 만인 오후 4시 5분 기준으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1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온라인 2023년 9월23일 기사 갈무리

온라인 탄원서 내용을 보면 이들은 “구속은 수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처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검찰은 수사가 다 되었다고 하니, 이재명 대표가 수사를 방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썼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 끝에 병상에 누워 연명하고 있는데 어떻게 증거를 인멸하고, 어떻게 도망을 간다는 것인지, '구속사유가 있다'는 검찰 주장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들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야당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처벌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흠집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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