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헤드셋으로 뇌건강 체크…가까운 미래 개두술 사라질 것"
"가까운 미래에 개두술(두개골을 절개해 뇌를 노출시킨 상태에서 진행하는 수술)은 사라질 겁니다."
미국 뇌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액트뉴로(REACT Neuro)의 창업자 숀 파텔 CEO(최고경영자)가 21일 한국뇌연구원 우뇌동 중강당에서 열린 '맞춤형 뇌질환 디지털치료제 개발 촉진을 위한 국제 워크숍'에 참가했다.
그는 이날 '가상현실(VR)를 통한 뇌 건강 접근 대중화'란 제목의 기조강연에서 "앞으로 전통적인 수술·약물 치료를 디지털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텔 CEO는 미국 보스턴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신경학과에서 근무하다 2017년 리액트뉴로를 창업했다. 2018년엔 벤처캐피탈(VC)인 DRADS도 설립했다.
리액트뉴로는 뇌 기능에 특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운영 중이다. 이는 이용자가 VR(가상현실) 고글을 착용하고 게임을 하는 동안 내부 카메라가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뇌 인지 기능을 파악하고, 동시에 음성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말이 어눌해지지 않았는지 등을 진단해 뇌 질환 증상을 빠르게 파악한다. 뇌 신경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해 게임으로 뇌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중이다.
강단에 오른 파텔 CEO는 먼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학과에서 15년간 재직하며 뇌 뉴련(신경세포) 연구에 집중했다"며 "이 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뇌 기능의 특징을 심층적으로 알게 됐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 구조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뉴런은 자극을 받으면 전기적 신호인 액션 포텐셜을 생성하고, 이것이 축색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전달되는데 이는 컴퓨터 칩셋 내부 부품인 트랜지스터가 열리고 닫히는(입출력) 기능과 유사했다"며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게임(디지털치료제)으로 뇌의 뉴런 활동을 어떻게 자극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지를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을 받는 '각성 뇌수술' 중 게임을 시키고 뉴련의 활동을 기록하는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파텔 CEO는 강연에서 최근 이뤄지고 있는 '사람 뇌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비췄다. 관련 대표 기업으로 '뉴럴링크'를 꼽았다. 이 회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를 개발하고 있다. 2016년 7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뇌연구 스타트업이다.
뇌 속에 심은 칩을 통해 실명, 치매를 비롯해 비만, 자폐증, 조현병 등 뇌·신경 질환을 진단·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마비 환자 뇌에 BCI 칩을 심고 6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키로 해 관심을 끌었다.
파텔 CEO는 이에 대해 "뇌 속에 BCI 칩을 넣으려면 결국 뇌를 여는 수술이 필요한 데 그러려고 대기하거나 줄 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텔 CEO는 향후 뇌 진단도 건강관리 기능 등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스마트워치처럼 'VR고글'을 통해 상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요즘엔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심박수 측정은 기본이고, 심전도, 산소포화도, 체성분까지도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됐다"며 "채혈을 하지 않아도 혈당을 체크해주는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이 모든 측정이 심장 기능에 집중돼 있고 뇌 기능과 관련한 측정을 지원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는 아직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장은 혈액을 전신으로 순환시키는 매우 한정적 기능을 하므로 시계 센서만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측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파텔 CEO는 이어 "뇌 기능을 측정·진단할 수있는 적합한 웨어러블 기기를 찾던 중 때마침 VR 게임기가 나왔고,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기기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파텔 CEO에 따르면 리액트뉴로는 뇌 기능 진단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VR 헤드셋 속에 이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아이트래커'(Eye tracker)를 부착하고, 마이크로폰을 통한 음성 분석을 수행해 음성 생체지표(바이오마커)도 개발했다. 이동 센서는 신체 좌우 균형 상태를 파악한다. 이렇게 수집한 눈, 음성, 신체 움직임 데이터는 원격으로 수집·분석해 뇌 건강 상태를 파악한다.
파텔 CEO는 "뇌 기능 추적 기술은 신경 장애, 인지력 저하가 생겼을 때 조기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며 "뇌 건강 관리를 지금의 심장 건강관리만큼 예방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VR 게임으로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하는 치료법은 기존 물리 치료법보다 높은 동기부여가 가능해 뇌졸중 등 뇌 질환 환자들이 회복을 효과적으로 돕고, 생활습관 개선 등과 병행하면 종합적인 뇌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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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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