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난파선 같이 굴러가”···‘반란표 색출’에 민주당 내홍 격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반란표 색출’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자율투표에 따른 개별 의원들의 입장 표명을 억압하려는 비민주적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면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원색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라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라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행위”로 규정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반란표 색출을 독려하며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섰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조직된 세력이 기획투표를 통해서 당대표를 흔든 것”이라면서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왜 가결표를 던졌는지 (얘기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시간 이후부터 친명, 비명은 없다”면서 자당 의원들을 ‘부결파와 가결파’로 구분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가결파의 차도살인”이라면서 “국민의힘의 칼을 빌려서 이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를 위시한 친명계 의원들이 가결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한 것은 비민주적이며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 대표에 유리한 투표는 당을 위한 것이고, 불리한 투표는 당을 해친다는 기준 자체가 민주당과 이 대표를 일체화하는 것으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의원들의 투표를 한 방향으로 강요하는 것도 비민주적 행태다. 유인태 전 의원은 전날 민주당 내 반란표 색출론에 대해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전체주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끌려 다니면 본인도 망하고 당도 망하게 돼 있다”고 했다.
게다가 당 지도부는 표결에 앞서 부결을 권고하되 당론으로 투표하지는 않기로 한 상태였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 자유투표였는데, 예상과 달리 가결되자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론으로 정해서 당론을 위배했다면 해당이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 다른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날 당 지도부가 회의에서 공개 질타한 것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광온 원내대표와 달리 최고위원 등이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최고위원회가 자기 책임은 없이 그렇게 규탄하는 게 내로남불”이라면서 “갈등을 부채질하는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어제 의총에서 원내대표가 사퇴하라고 ‘이지메’ 수준으로 압박했다”면서 “최고위원들이 자기 책임론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복수의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 지도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서영교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러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당의 내홍을 악화시키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냈으나 반란표 색출 움직임 등 당내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행위에는 침묵하며 사실상 묵인했다. 한 초선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의 지도력이 너무 취약하다”면서 “당이 완전히 난파선같이 굴러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민주당의 상황을 새로운 변화, 전화위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게 가장 큰 과제”라며 “이 전화위복으로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위해서 현재 있는 공식지도부 말고 또 다른 실질적인 중진의원들과 함께 고민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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