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통계와 형세
처음부터 '통계(統計)'였던 것은 아니다.
서구의 'Statistics'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160여 년 전 얘기다. 한자 문화권 국가 중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설명에 따르면 'Statistics'를 번역한 일본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60년이다. 현재 1만엔권에 등장하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서구 시찰단에 참여하면서 번역한 '만국정표(세계 통계 연감)'란 책에서다. 후쿠자와는 일국의 정세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는 뜻에서 '정표(政表)'란 단어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후쿠자와의 바람과 달리 이후 다양한 후보들이 쏟아진다.
어원이 국가(State)이고, 초기 통계들이 주로 국가 단위란 영향으로 국세(國勢), 지국(知國)이 후보로 제시됐다. 국가 차원이 아닌 통계도 많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형세(形勢), 표기(表記·表紀)가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일본 근대 통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기 고지는 "'스타티스티쿠'로 음차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합산이란 뜻으로 주로 쓰여온 통계를 쓰자는 제안은 야나가와 슌산이란 양학자가 처음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도 썩 맘에 들지는 않았는지 "제대로 된 번역은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일단 이리 정하자"고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원작자도 미더워하지 못했던 '통계'란 번역은 1871년 세입·세출을 담당하던 대장성 내 부서가 통계사(司)란 이름을 택하면서 정착된다. 당시 일본 정부가 왜 통계란 단어를 택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통계가 조작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로 촉발된 신구 정권 간 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 혹은 기업 차원의 통계 조작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불리한 형세를 뒤집고 싶은 절박한 욕구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세, 지국, 형세란 번역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때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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