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美국채 금리 …'채권 막차' 탔던 개미들 속탄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9.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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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예상밖 긴축 메시지에
10년물 4.48%, 16년만에 최고
2.3억달러나 산 레버리지ETF
두달새 수익률 26% 고꾸라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 밖의 긴축 메시지를 내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8%까지 도달하며 미국 장기채에 대한 평가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개인투자자는 이르면 내년 초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장기채에 대거 베팅했지만 당분간 시장금리가 하락할 이벤트가 없어 손실을 계속 감내해야 한다.

21일(현지시간) 미 10년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10bp 오른 4.48%를 나타내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7월 27일 열린 FOMC 이후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결론 내린 서학개미가 집중 매수했던 TMF ETF는 하루 만에 7.6% 내려 두 달간 26%나 하락했다.

TMF는 미국 20년물 국채 수익률을 세 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다.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채권의 실효 만기)이 길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데 이를 3배로 반영하니 초고위험도 상품인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두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TMF는 2억3700만달러어치로 순매수 2위다. 통상적으로 기관투자자는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채권을 레버리지 ETF로 보유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거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셈이다.

7월 FOMC 이후 국내 투자자 순매수 5위(1억3500만달러 규모)였던 일본 상장 미국 20년물 ETF 역시 두 달간 9.4% 떨어졌다. 이 상품은 미국 20년물 국채 TLT ETF를 환헤지해 일본 증시에 상장시킨 ETF로 국내 투자자는 엔화로 투자했다. 이럴 경우 엔화 평가절상과 미국 금리 인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국내 투자자는 현재 100엔당 900원 수준인 엔화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엔화로 미 국채에 투자한 것이다.

비교적 변동성이 작은 커버드콜 채권 ETF 역시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두 달간 4671만달러를 순매수한 TLTW(미국채 20년물 커버드콜 ETF)는 21일 2.1% 떨어졌다. 이 ETF는 금리가 박스권에서 완만히 움직일 때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연 18%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 주가가 하락한다. 21일 하루 만에 금리가 10bp나 움직이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ETF뿐만 아니라 한국에 상장된 미 장기채 ETF도 하락폭이 컸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은 두 달간 8.3% 떨어졌다.

문제는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단기간 내 큰 폭으로 내려올 여지가 낮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내년에 시작될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됐다면 정책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라며 "일본은행까지 제로금리에서 탈피하려고 한다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 수준은 4.7%까지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FOMC 이후 채권 트레이더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 고점이 4.5%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48%였다.

다만 이미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른 만큼 채권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추가적인 금리 급등 가능성이 낮아 분할매수가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코어(근원)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글로벌 연기금에서 대기자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측면에서 공방이 한동안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음달 6일 나오는 비농업 부문 고용지수에서 그동안 타이트했던 상황이 바뀐다면 연준도 이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고 시장금리는 다시 안정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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