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달리던 자전거 넘어지면 … 위기의 중국 부동산

2023. 9.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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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부동산 투기 수요가
가격에 미친 영향은 50%
경제 떠받쳤다고 할 수준
習은 그 위험성 알았기에
4년 전 "부실 정리" 말한 것
中 사회·정치구조 바꿔야 해
부동산 위기 극복 쉽지 않아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사고파는 가장 비싼 물건은 주택이다. 또한 젊은이가 부모에게서 독립하거나 결혼을 하게 될 때 제일 먼저 사야 하는 것도 주택이다. 주택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비싼 재화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두 회사는 일반 중국인들에게도 친근한 회사여서 두 회사의 파산으로 중국인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한다. 중국 경제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거침없이 성장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공식 환율로는 아직 미국에 이어 2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이지만 물가를 보정한 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GDP에서 본다면 이미 5년 전 미국을 앞질렀다.

우리나라 GDP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정도이지만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GDP의 40%를 넘게 차지한다. 게다가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중국인들의 '투기 수요'가 떠받쳐 왔다. 위의 그래프를 보자. 주택에 대한 수요는 오로지 실거주와 투기 두 가지밖에 없으므로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통계 기법을 사용해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를 분리해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주택 가격(파란색)이 보이는데, 그 아래에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빨간색)가 가격에 기여한 부분이 보인다. 지난 18년 동안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가 중국 주택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50%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택 가격에 투기 수요가 미치는 영향은 30%가 되지 않는다.

실로 부동산 투기가 부동산 산업뿐 아니라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주택 투기 수요가 하락한다면 중국 경제는 현상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서방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를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해 왔는데 그 뜻은 넘어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출 수도 없고 넘어져도 크게 다친다는 뜻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에는 부동산 역할이 크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면 부동산 시장이 가장 충격을 받는 구조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산업에 기반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지도 않고 중국 경제에 치명적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한 해 전인 2019년에 중국은 전인민대회에서 부동산 시장 위험을 경고하면서 저성장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동산 시장 부실을 정리한다고 했으나 아뿔싸! 바로 그다음 해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부실 정리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는 어떻게 해결될까?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는 시장의 힘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중국인들은 이미 패닉 상태에 들어가 새로 분양되는 주택을 살 의욕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 8월 말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그 힌트가 있다. 인민은행은 부동산 시장 위기에도 8월 21일 기준금리를 0.1% 소폭 인하했는데 그 의미는 금융정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구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을 통해 부동산 개발회사들을 정리하고 경기 부양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 또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토지와 금융 부문을 외국 기업에 파격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토지와 금융에서 국영기업에 버금가는 혜택을 외국 기업에 제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마음은 급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 정부가 고려하는 부동산 시장 정책은 하나하나 중국 사회와 정치구조의 기반을 바꾸는 것이므로 시진핑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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