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의미


2000년,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선수가 경기 중 갑자기 쓰러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그는 안타깝게도 2010년, 우리 곁을 떠났다. 임 선수의 사망 원인은 '비대성 심근병증'이었다.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돌연사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대체로 이 질환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병명조차 낯선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혈류를 차단하는 질환으로,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다행히 최근 심장 근육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았으니 이제 국내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본사를 통해 누워만 지내던 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가 치료 이후 다시 일상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무엇보다 언제 쓰러지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환자들에게는 가장 기쁜 일일 것이다. 우리에게 당연하거나 평범한 일들이,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는 절실하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희귀 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조차 없는 질환을 말한다. 희귀 질환은 진단 자체가 쉽지 않고, 어렵게 진단을 받았더라도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유전이라는 말이라도 붙게 되면 희귀 질환 환자와 그 가족이 겪게 되는 심리적·사회적 부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클 것이다.
과학의 진보와 더불어 필자의 회사를 비롯한 많은 제약회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온 덕분에 희귀 난치성 질환 분야에서 혁신적인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의 54%는 희귀 질환 의약품으로, 2012년 33%에 비하면 10년 만에 약 20%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최근 세포 치료제와 유전병 치료제의 등장은 여전히 치료제가 없어 애태우던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희귀 의약품을 'Orphan drug'라고 하는데, 이는 소수 환자들에게만 사용하는 약이라 수익성이 없어 아무도 개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의약품이라는 의미다. 희귀·난치 영역은 비즈니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희귀·난치 치료제 개발에 자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은 중증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과학을 통해 질환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인도적 차원의 노력이다.
희귀 질환과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 또한 절실하다. 희귀 질환은 워낙 환자가 소수이다 보니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소외되기 쉽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우리 정부도 '희귀 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만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기대해 본다.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건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때다.
[이혜영 한국BMS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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