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표 배신자’ 낙인 찍고, 친명 체제 강화하는 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 선출
“불체포특권 약속 파기 책임 떠넘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이 민주당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의원들의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비토 여론이 확인됐음에도 친이재명(친명)계는 가결 비판론을 등에 업고 비이재명(비명)계 박광온 원내지도부 교체 등 오히려 친명 체제 강화에 나섰다. ‘배신자를 색출하고 이 대표 체제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도 노골화했다. 당내에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 당사자인 이 대표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친명계 지도부는 22일 원내 지도부 교체를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연달아 열고 박 원내대표를 사퇴시켰다. 이어 추석 연휴 전인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하고 이날 곧바로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후속 원내대표 선출 일정 확정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빛의 속도로 당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23일째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와 전날 사퇴한 박 원내대표를 대신해 최고위원회의 사회권을 넘겨받았다.
당 지도부가 새 원내대표 일정 서두른 데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원내지도부 책임론’과 ‘당 지도부 책임론’이 충돌했지만, 원내지도부만 사퇴하기로 했다. 당내에선 “친명계 지도부가 가결 비판론을 등에 업고 원내지도부를 비명계에서 친명계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내지도부 교체는 이 대표 체제를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궐위 시 대표직 직무 대행을 맡는다.
23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병상에서 입장문을 내고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며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는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민에게 자신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와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와 함께 전날 사의를 표명한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에게는 ‘사표 수리 전까지 정상 근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친명계 지도부엔 책임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 전원과 17개 시도당위원장에게 ‘당대표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탄원 요청의 건’이란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이 대표의 2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많은 당원들이 재판부에 구속영장 청구 기각 탄원서를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탄원서에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당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가 담겼다.
당 지도부는 전날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로 규정한데 이어 색출작업에 나섰다.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 표를 찍은 의원들을 향해 “배신과 협잡”(박찬대 최고위위원) “내부의 적”(서은숙 최고위원)이라고 비난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될 때 대비해 이른바 ‘옥중공천론’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끊임없이 이 대표를 흔들겠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대신 엉뚱한 이들에게 가결 책임을 뒤집어씌운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파기하고 부결을 호소한 이 대표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당 대표가 약속하고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사항(불체포특권 포기)을 뒤집어서는 우리가 부도덕한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사퇴 요구를 했으면 이 대표뿐 아니라 직접적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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