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사회복지 인력 대란 온다…최대 58.3만명 부족
사회복지 29.1만~58.3만명, 보건업 22.2만~44.5만명 인력 부족
“수요 폭증·공급 부족 대응 위해 규제 완화 불가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8년 뒤인 2031년 사회복지 인력이 최대 58만3000명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접 산업인 보건업 종사자도 최대 44만5000명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에 따른 대규모 인력난이 닥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경제학회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인구변화 대응 돌봄 서비스 활성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저출산고령화사회 위원회가 후원하고, 김영미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오랫동안 발표를 듣는 등 정부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담당 과장들이 패널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철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엄상민 경희대 교수(경제학) 등과 함께 3년 뒤인 2026년과 8년 뒤인 2031년 고령자와 영유아에 대한 돌봄 수요 변화가 산업별 인력 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산업간 노동력 공급의 변화가 없을 경우 2031년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는 58만4000명, 보건업에서는 44만5000명씩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에도 각각 39만4000명, 33만4000명씩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간 인력 대체율을 50%로 가정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31년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는 29만1000명, 보건업에서는 22만2000명 노동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치가 나왔다.
이 교수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인력이 부족해지게 될 것”이라며 원인을 설명했다. 만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늘어난 것이 돌봄 서비스 수요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인구 변화와 가족 구조 변화를 동시에 고려해 6가지 시나리오별로 노인과 영유아 돌봄 수요를 전망했다. 2021년 만 75세 이상 초고령자 가운데 5.1% 정도가 사회복지 기관을 통한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했는데, 2036년이 되면 9.1~9.9%로 그 비율이 높아졌다. 이 교수는 “가정 등을 통한 비공식 돌봄 수요가 대단히 높고, 상당 부분 공식 돌봄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돌봄 수요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영유아에 대한 돌봄 수요는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인구 감소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구당 돌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어린이집 등 영유아 돌봄 서비스에 배치된 인력이나 자본이 노인 돌봄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돌봄 서비스 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요가 팽창하는 가운데 가격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수요도 충족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근거다. 홍 교수는 “품질 개선이 어려운 염가의 공공 서비스가 대부분이고, 소수 프리미엄 서비스가 민간으로부터 공급되는 상황에서 중산층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약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공공과 민간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간 사업자나 종사자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공급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통적인 업종 간 문턱을 낮추어 다양한 돌봄·의료·요양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외국인 인력 도입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으로 도입된 각종 영유아 돌봄 정책이 왜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가를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무상보육 정책은 저소득층의 자녀 돌봄 시간은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중상위층의 자녀 돌봄 시간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중상위층의 눈높이에 맞는 돌봄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무상보육에도 불구하고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가정에서 자녀를 더 낳을 리 만무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결과다.
이 연구위원은 “영유아 보육에서 좀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 획일적인 서비스 공급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완화하거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별 가정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미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돌봄 서비스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가 터놓고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이사장(전 총리)가 참석해 발표를 경청했다. 정 이사장은 “공부하러 왔다”고 말했는데, 학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최근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책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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