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세계를 이끈 서구문명은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기독교·자유주의·개인주의' 몰락 예견한 칼럼니스트

16세기 르네상스 이후 세계를 이끈 것은 서구 문명이었다. 언어, 경제, 문화, 과학, 정치, 교육부터 옷차림과 입맛까지 서구 문명은 세계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구 문명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확고하게만 보이던 서구적 가치관이 예전 같지 않다.
베인앤드컴퍼니를 이끈 칼럼니스트인 리처드 코치는 서구 문명을 이끌어온 기본 축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본 축은 기독교, 낙관주의, 성장, 자유주의, 개인주의다.
기독교는 오늘날의 서구가 있게 한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었다. 기독교는 세계 최초의 행동주의적 자기 수양 운동이었다. 기독교는 서구 공동체 형성의 핵심이었다. 기독교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이자 공동체의 통제수단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신에 대한 믿음이 쇠퇴하면서 서구사회는 급속히 세속화되기 시작했다. 쾌락 추구, 허무와 냉소주의, 이기주의와 우울증이 서구사회를 흔들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반기독교 정서도 서구 기독교 문명을 위협하고 있다.

끊임없이 세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도 서구의 산물이었다.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므로 근본적으로 선하고 늘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는 확신이 바탕에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주의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심리학과 유전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계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전은 서구 문명의 핵심인 창조론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과학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과학의 위치도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성장'이라는 신화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이후 성장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었다. 더구나 성장주의를 반대하던 사회주의까지 몰락하면서 성장은 서구 문명의 기본 가치로 화려한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성장의 그늘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양극화와 기후위기 등이 그것이다.
자유주의도 금이 가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 기회 균등, 타인의 개성과 경쟁을 인정하는 자유주의는 서구 발전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공격받기 시작했다. '자유주의는 곧 서구 제국주의'라는 등식이 유행하면서 자유주의는 이슬람, 공산주의 등 다양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구 문명의 융성을 가능하게 한 개인주의 역시 사회를 발전시켰지만 과도하게 발전하면서 다시 공동체를 해치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서구 문명은 그 어떤 문명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을 이루었다. 그러나 서구 문명은 지금 스스로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기로에 서 있는 서구 문명이 자멸의 길로 갈 것인가 부활할 것인가에 따라 세계사는 달리 쓰일 것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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