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노리면 우리금융 … 고수익 노리면 웰스파고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9. 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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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8대 은행株 투자 매력 분석해보니

한국과 미국 은행들의 성장을 가로막아왔던 '고삐'들이 풀리면서 은행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금융당국이 나서 그동안 은행들의 배당을 제한해왔던 정책 기조를 바꿔 배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영국 등 유럽을 돌면서 "배당 자율성 보장"을 약속했다. 저평가된 국내 은행들을 띄워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작년 말만 해도 이 원장이 국내 금융지주를 향해 "위험 범위 내 배당"을 강조했던 것에서 진일보한 셈이다.

미국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로 금융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간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다. 양국의 이런 상황 속에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도 대형 은행주 몸값이 뛰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미국 은행들의 잇단 파산으로 미국 내에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기존 거대 은행에는 '어부지리' M&A 기회가 생겼다. 예를 들어 JP모건이 파산 위기에 몰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란 '지갑'을 사실상 거저 주웠는데 그 지갑 안에 920억달러(약 122조원)의 예금이 들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라는 주식시장의 격언까지 '소환'한다. 대표 배당주인 은행주에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는 이유다.

매일경제신문은 블룸버그 데이터를 통해 국내와 미국의 8대 은행 주식을 투자자의 눈으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양국에 상장돼 있는 KB·신한·하나·우리금융과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웰스파고·씨티그룹 등이다. 분석 결과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은 웰스파고는 압도적 성장성을 기록해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은행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JP모건과 KB금융은 리스크 관리가 잘돼 있고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식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높은 배당수익률에 비해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아 배당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위험자산 잘 관리하며 순익 쌓는 것이 베스트

8곳을 비교할 때 안정성 지표로는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적용했다. 이 비율은 은행과 같은 금융사의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주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RWA)으로 나눈 값이다. RWA는 가계나 기업에 빌려준 돈의 성격에 따라 위험도를 평가해 반영한 것이다. CET1은 은행들이 얼마나 위험 관리를 잘하면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이 비율을 높이려면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분모를 낮추기 위해 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감량하거나 분자를 키우기 위해 순이익을 늘리든지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유증이 가장 손쉽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최악이다. 주식가치가 단숨에 하락한다.

최근 리스크가 올라간 상업용 부동산 대출(위험자산)을 회수하면 일순간에 CET1이 올라가지만 순이익이 감소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주주들은 은행들이 위험자산과 순이익 사이에서 '황금비율'을 유지하면서 '안전운행'을 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금 인상 등 더 많은 주주환원을 하라는 것. 올 초 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금융사들에 서한을 보내면서 CET1을 언급해 이 비율이 더 유행하고 있다.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ET1 최소 요건은 7%다. 미국발 금융사 파산 사태로 국내 금융당국은 이 수치를 높이라고 주문 중이다. 이에 화답하며 주요 금융지주들은 13%가 넘는 부분에 대해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작년까지 11%대였던 우리금융이 한 단계 올라서면서 4대 금융지주는 12~13.78%의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예금 122조원 꿀꺽한 JP모건 날개 달아

분석 대상 8곳 중 CET1이 13%를 넘는 곳은 JP모건(13.8%) KB금융(13.78%) 씨티그룹(13.37%) 등 3곳뿐이다.

CET1이 톱인 JP모건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좋은 은행주다. 지난 2분기 18조60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주당순이익(EPS)이 월가 예상치를 무려 20% 이상 넘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올렸다. 미국 내 경쟁사들의 부진 속에서 유달리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소비자금융에서 돈을 잘 번 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싸게 잘 매수한 덕분이다. JP모건이 이 은행을 통해 거둔 단기 회계상 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나증권과 월가 분석을 종합하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차익은 3조6000억원이다. 여기서 이 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에 대해 일부 손실을 미리 반영(4000억원)해도 3조2000억원이 남는다. '월가 황제'이자 JP모건 회장인 제이미 다이먼은 자신의 은행에 인수된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을 슬쩍 말로 흘려 주변 은행들의 배를 아프게 했다.

최근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도 미국 은행주들을 웃게 한다. 이들 은행에 단기 돈방석을 안겨주는 사업은 이 같은 기업공개(IPO) 시장이다. 기업 상장을 돕고 수수료를 받아간다. ARM의 경우 은행들의 수수료율이 15.7%에 달했다. ARM 이외에도 데이터브릭스 인스타카트 클라비요 소큐어 등 대어급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건전성 지표 국내 1위 KB금융 성장성도 으뜸

CET1 기준 아쉽게 2위에 그친 KB금융은 5%에 가까운 EPS 성장률, 5%대 배당수익률로 '팔방미인'의 매력을 뽐낸다.

2022년 이후 2026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을 적용한 KB금융의 EPS 성장률은 연평균 4.99%다. 4% 이상의 EPS 성장률은 예금과 대출의 마진 차를 통해 성장하는 은행주로서는 최선의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 수치가 4%를 넘는 곳으로는 웰스파고(13.44%)가 압도적 선두이고, JP모건(4.64%) 신한지주(4.26%) 등 4곳이 있다.

KB금융은 지난 상반기에 2조9967억원의 순익을 올려 신한지주(2조6262억원)에 앞섰다. 고금리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자이익이 쌓이고 있는 데다 요구불예금 비중이 4대 은행 중 가장 높아 실적 체질이 좋다.

요구불예금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 저원가성 예금으로 불린다. 은행 입장에서 비용이 덜 나가는 '핵심 제품'이란 뜻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KB금융뿐이다.

국내 금융지주는 사실상 '은행주'라고 불리지만 증권사 보험 등을 거느린 종합 금융사다.

실제 이런 타이틀에 적합한 곳은 KB금융이다. 상반기 순익 중 은행 비중이 62%에 그쳐 사업 포트폴리오가 우수하다는 것. 신한이 64%고 나머지 두 지주사는 90%대다.

고성장 웰스파고냐 저평가 우리금융이냐

분석 대상 중 웰스파고와 우리금융은 '극과 극'이다. 전자는 위험하지만 성장성이 높고, 후자는 성장성엔 의문부호가 여전하지만 저평가는 확실하다.

웰스파고는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미국 주요 은행 중 가장 크다.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지역 공실(빈 사무실) 여파가 확대되는 와중에 웰스파고의 대출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웰스파고 CET1은 10%대에 그친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어도 우량 은행 대비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리스크는 또 있다. 웰스파고는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어겨 수시로 벌금을 부과받는다. 작년에는 벌금과 고객 보상금으로 5조원에 가까운 돈을 물어줬다. 1600만명의 은행 고객에게 규정보다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리스크만큼이나 성장성은 높게 나온다. 월가는 웰스파고 EPS가 5개년(2022~2026년) 평균 13.44%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평균 배당성향이 79%가 넘어 '넘사벽'이다.

19일 배당수익률 기준으로는 9%에 달하는 우리금융을 따라올 자가 없다.

기업금융의 강자이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투자 전성시대에도 증권사가 없는 것은 약점이다. 낮은 기대감은 낮은 주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예상 순익을 장부가치로 평가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배로 8곳 중 가장 저조하다.

순익 대비 배당금이자 배당 의지를 대표하는 배당성향도 5년 평균(2019~2023년) 24.65%로 낮은 편이다. 실제 국내 4대 지주의 배당성향은 24~25%에 그치고 있다. 미국 은행 중 가장 낮은 곳은 BoA(27.56%)다.

다만 국내에서 배당 제한이 사실상 풀린 만큼 이 수치가 급반등할 여지는 생긴 셈이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비율이다. 분자인 보통주 자본은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분모 RWA는 가계나 기업에 빌려준 대출 중 위험도에 따라 분류해 종합한 자산이다. 이 수치가 클수록 은행의 손실흡수능력과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분모는 같지만 분자에 보통주, 대손충당금, 신종자본증권 등 모든 자본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CET1과 차이가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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