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은행채 발행 제한 풀릴 듯… 고금리 수신 경쟁 완화

김유진 기자 2023. 9.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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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분기별 채권 발행 한도 유연화 추진
단기자금시장 안정화될 듯
3분기 은행채 발행, 만기 도래분 101% 불과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채권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취해졌던 은행채 발행 제한 조치가 4분기부터 풀릴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선언 이후 채권시장의 자금이 은행채 등 우량 채권에만 쏠리자 은행의 채권 발행을 제한했다. 하지만 고금리 수신 만기 도래 등으로 은행의 자금 수요는 커지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은행채 발행 제한을 할 경우, 고금리 예적금 유치 경쟁을 통한 대출금리 상승과 단기자금시장 불안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채 발행을 유연화해 시장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2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분기별 은행채 발행 제한 조치를 4분기부터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10월부터 은행채 발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회사채, 여전채 등 하위 등급 채권에 자금이 돌지 않고 은행채 등 우량채권에만 돈이 몰리는 구축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만기 도래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허용한 뒤 올해 3월부터는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도를 확대했다. 지난 6월부터는 분기별 만기 도래분의 125%로 은행채 발행 한도를 완화했다.

은행권은 분기별 채권 발행 한도가 계속 제한되면, 4분기부터는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채권 시장이 안 좋아서 은행채를 중심으로 우량채 발행을 자제한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은행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1년물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게 절대적으로 적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고려해 달라는 은행권의 요청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해제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손민균

만약 분기별 채권 발행 한도가 지속되면 은행권은 채권 발행 대신 고금리 수신 상품을 팔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지난해 4분기 자금 조달을 위해 고금리로 판매했던 116조원 규모의 예·적금상품 등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고금리 수신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면,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 또, CD 발행을 늘리면 단기자금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지난해 4분기 취급된 고금리 예금의 재유치 경쟁이 장단기 조달·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불필요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발행이 유연화되면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올려 치열한 수신 경쟁을 벌일 이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CD 발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은행채 발행 제한 조치가 풀린다고 해서 지난해처럼 은행채 발행 확대에 따른 채권 금리 인상 효과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채권시장이 경색된 것으로, 현재 시장 상황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중은행이 이미 예금 등을 충분히 확보해 은행채 발행 없이도 고유동 자산을 확보한 점도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45조원으로 전월 대비 약 12조원 증가하며 2개월 연속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편, 금융 당국에서는 최근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은행채는 올해 1~7월 26조5800억원이 순상환됐으나, 지난달부터 순발행 기조로 돌아섰다. 8월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3조7800억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7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물량이 많아서 은행권과 협의해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8~9월로 분산시켰다”라며 “그러다 보니 8~9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분기 전체로 보면 만기 도래분의 101%정도만 발행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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