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부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중단···“여성 노동자들이 마지막에 찾던 곳”
정부, 말로는 “노동약자 보호” 외치면서
‘진짜 노동약자’ 위한 사업들은 계속 축소
전국 상담실 관계자들, 25일 ‘상경 항의’
정부가 직장 성차별·성희롱 등으로 피해를 본 여성 노동자들을 20년 이상 도운 ‘고용평등상담실’을 내년부터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단체 대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당사자들은 “고용평등상담실은 여성 노동자 최후의 보루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노동 약자’를 돕겠다면서 실제 노동 약자들을 위한 사업은 계속 축소·폐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고용노동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고용평등상담지원’ 예산으로 바꾼 뒤 올해 12억1500만원이던 예산을 내년 5억5100만원으로 54.7% 삭감했다. 노동부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지원하는 대신 전국 지청이나 본부 등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상담을 담당하는 상담시설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노동부는 상담실을 운영하는 민간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사업을 진행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2000년 10개소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2018년 21개소로 확대됐다. 올해로 24년차를 맞았다.
고용평등상담실은 노동청 등에서 권리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 노동자가 찾는 ‘최후의 보루’였다. 취약한 환경에 내몰린 여성 노동자들의 상담·법률지원·서비스 연계 등을 맡았다. 특히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기존 노동법 적용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
전국 고용평등상담실 상담 건수는 2019년 1만829건으로 처음 1만건을 넘은 뒤 2020년 1만1328건, 2021년 1만1892건, 2022년 1만3198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노동부도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창구로 고용평등상담실을 적극 홍보·활용해 왔다.
고용평등상담실 관계자들로 구성된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복잡해지는 고용관계, 여성 노동자의 젠더의식은 성장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성차별적 위계의 직장문화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며 “고용평등상담실은 다른 여러 상담실을 거쳐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가진 여성노동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라고 했다.
관계자들은 그간 쌓아온 전문성과 사업의 지속성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크는 “노동부로 상담을 하러 갔다가 고용평등상담실로 안내받았다는 내담자도 많았다”며 “이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해 온 단체가 쌓아온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트워크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 사업 연장평가 결과 사업방식을 변경하라고 해서 사업을 바꾸게 됐다”며 “전용 상담창구 개설, 근로감독부서와의 효율적 연계 등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앞서 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도 내년 전액 삭감했다. 여성가족부도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 상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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