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공격무기 사라진 국민의힘…“이제 어쩌지”
“중도‧무당층 빼앗긴다” “민주당 분열로 더 유리” 전망 엇갈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지금 가결됐다고 박수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도 이제 '이재명 방탄'이라는 방탄조끼, 무기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총선 대비 대대적인 방향과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수도권 출마 준비 중인 국민의힘 관계자)
그토록 외쳐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뤄졌지만, 국민의힘 내 고심은 더욱 짙어진 분위기다. 1년 넘게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방탄 정당'을 앞세워 정국을 이끌어 온 국민의힘이 이제 '반사이익'에서 벗어나 집권여당으로서 온전히 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내홍이 금세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혹 새로 구성될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전 중도‧수도권‧무당층을 흡수할까 경계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안이 가결되는 순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오케이'를 들어보였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정국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선 체포안 '부결' 예측이 우세했다. 이에 대비해 규탄대회를 준비하고 오는 추석 밥상에 '민생은 내팽겨치고 이재명 방탄하는 민주당'이란 메시지를 올리자는 전략을 세워두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결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이제 이 대표 건이 사법부의 영역이 된 만큼 중도층과 수도권, 여성, 2030 세대를 우리가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할 시간이 왔다"는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를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反이재명과 이념전으로 '이재명 없는 민주당' 못 이겨"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과 당 논평 등 메시지엔 이 대표 리스크에 대한 비판이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해왔다. 이 대표 리스크로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어왔다는 건 당내 의원들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이재명 방탄' 기조를 내년 총선까지 적용해 반(反)민주당‧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하고 중도‧무당층을 끌어당길 방침이었다. 최근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인재 영입한 것 또한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안 가결로 '이재명의 민주당' 대신 '새로운 민주당'이 등장할 상황에 놓이면서 당의 계획은 당장 갈피를 잃게 됐다. 사법리스크에 빠진 이재명의 민주당조차 그동안 지지율 면에서 압도하지 못했는데, 변화를 내건 새로운 민주당 체제와의 대결에선 더욱 열세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방탄 정치 끝, 정치 혁신의 시작"이라며 "국민의힘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 역시 "이제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꼬집었다.
'반이재명'과 '이념전쟁'으로 설정돼 있던 총선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앞선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들을 보면 중도‧무당층이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당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들이 이재명 리스크가 해소된 민주당으로 몰려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민주당이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중도 이미지의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총선 치르겠다고 하면 국민의힘은 진짜 위기를 맞게 된다. 지금처럼 '이념'만 강조해선 안 된다"며 "이러한 계산 때문에 당내 '차라리 이재명 체포안이 부결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성일종 "민주당, 우리 탄핵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이제 민생에 집중하자"고 강조하면서도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 가결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환골탈태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친명-비명이 분열할 경우 총선에서 오히려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탄핵 국면 후 5년 동안 야당을 하면서 '뭘 해도 안 된다'는 걸 경험했었다. 당시 친박과 비박이 계속 싸웠고 결국 21대 총선에서 폭삭 망했다"며 "지금 민주당은 그때보다 더 안 좋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총선 앞두고 굉장히 복잡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현 내홍을 어떻게 수습하고 어떤 인물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지에 따라 국민의힘의 위기의식과 총선 전략도 다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혹 법원에서 이재명 대표의 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부‧여당은 반사이익을 상실하는 것을 넘어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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