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이폰 금지령’에도 새벽 1시에 줄 섰다...애국 열풍도 못 막은 애플 흥행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9.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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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8시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 매장앞에 아이폰 신제품 예약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새벽 1시부터 줄 섰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아이폰 수령 1등’ 타이틀을 갖고 싶어서요.”

중국에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가 판매를 개시한 22일 아침, 베이징 싼리툰 애플 플래그십스토어 앞에서 만난 고등학생 저우모(17)씨는 이 같이 말했다. 개장 7시간 전에 도착해 대기 줄의 맨 앞을 차지한 그는 목에 차고 있던 휴대용 동영상 촬영기기인 고프로(GoPro)를 보여주며 “친구의 더우인(틱톡) 계정에 아이폰 수령 영상을 올릴 것”이라며 “학교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두 명도 각각 새벽 4시와 5시에 현장에 왔다고 했다.

이날 개장 시간인 오전 8시가 임박하자 문 앞에 서 있던 500여명의 인파는 요란스레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우, 쓰, 싼, 얼, 이(5,4,3,2,1)!” 함성과 함께 문이 열리자 이들은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입장했다. 한 애플 매장 직원은 “지난 16일 애플 신제품 사전 예약에 성공한 이들에겐 오늘이 축제”라면서 “매장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예약자 별로 수령 시간을 다르게 배정했는데도 인산인해”라고 했다.

22일 오전 7시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 매장 앞에 중국인들이 줄 서 있다. 저우모(17)씨는 이날 새벽 1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미·중 갈등 고조 속에 중국에서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애플 사랑’은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지난달 말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도 중국인들은 여전히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13일 아이폰15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고, 22일부터 중국을 포함한 ‘1차 출시국’에서 제품 판매를 개시했다. 아이폰15의 가격은 8999위안(약 165만원·512G 기준)으로, 베이징 대졸 직장인 첫 월급(6500~8000위안)보다 높다.

아이폰 사전 예약이 시작됐던 지난 15일에는 중국의 각종 판매 플랫폼에서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에서는 아이폰15 시리즈 고가 모델인 프로·프로맥스가 예약 판매 시작 1분 만에 동이 났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에서도 아이폰15 시리즈 사전 주문이 300만 건을 넘었고, 애플 중국 홈페이지는 예약 판매 시작 후 10분 만에 서버가 다운됐다. 알리바바의 배달앱 어러머는 “전국 300개 도시의 3000개 애플 매장과 합작해 아이폰15 판매를 개시했다”며 “(22일부터) 30분 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사랑에 국경이 있나요" - 22일 중국 상하이의 애플 스토어 앞에서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날 애플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가 판매를 시작하자 중국 곳곳의 애플 매장에 새벽부터 대기 줄이 생겼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화웨이 제품 선호 등 중국인들의‘애국 소비’열풍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애플 사랑'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인들은 애플 사랑에 대해 “‘애플 대체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날 애플 매장에서 만난 베이징의 대학원생 왕모(22)씨는 “화웨이 등 중국 회사들이 양질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출시하고 있지만, 애플 기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먀오모(24)씨는 악화된 미·중 관계가 미국 제품인 아이폰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나는 화웨이 폰도, 삼성 폰도 쓰지 않고 아이폰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청년들의 과시 욕구와 ‘리셀(re-sell·재판매) 재테크’도 아이폰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직장인 장모(27)씨는 “새 아이폰은 충전 단자가 USB-C 타입으로 바뀌어 최신 기종이란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아이폰 매장 주변에는 아이폰15를 수령한 이들에게 웃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업자들도 나타났다.

22일 베이징의 한 애플 매장에서 한 여성이 아이폰15 시리즈를 살펴 보고 있다./EPA 연합뉴스

중국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애플의 중국 매출은 4000억 위안(73조원), 판매 대수는 5432만대에 달해 2019년(2855억위안, 3280만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2분기에는 전 세계 아이폰 판매의 24%가 중국에서 발생해 본고장인 미국(21%)을 앞섰고(IT조사 업체 테크인사이츠), 중국의 600달러(약 80만원) 이상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65.4%(시장조사 업체 IDC)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오는 25일 가을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하는데, 이때 첨단 스마트폰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은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순회 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년 전 캐나다에서 풀려나 중국으로 귀환한 날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8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65% 늘어나고, 내년 출하량은 60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의 IT업계 관계자는 “초동 판매에 구매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화웨이 등 국산 업체의 신제품이 잇따라 발표되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중국 문화·기술 기반의 자국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 중국을 의미하는 궈(國)와 유행·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를 합쳤다. 링링허우(200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층)가 주도하며, 2018년부터 화장품·IT·의류·식음료 등 중국 소비 전반으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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