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의 기적’ 향한 도전… 400만년 운동의 역사[북리뷰]

2023. 9. 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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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트
빌 헤이스 지음│김희정·정승연 옮김│RHK
생물학·해부학·의학 넘나들며
운동이 바꾼 ‘인류의 삶’ 추적
플라톤 “사고와 땀 균형있게”
철학가들 운동의 중요성 강조
1950년대초 피트니스 활성화
“운동없이 건강 없다”명심해야
우리가 자신의 힘만으로 신체에 기적을 일으키는 행위, 즉 몸의 움직임과 역량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며 자아를 성형한다. ‘스웨트’는 바로 그것이 400만 년 전부터 인류가 운동에 열정을 품고 신체 단련을 멈추지 않은 이유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부터 동네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허물어지고 무너지는 몸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트레이너 지도대로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걷고, 근육 단련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땀을 흘렸다. 근육이 붙고 체지방이 줄자 몸무게가 5㎏ 정도 빠졌다. 뿌듯함이 찾아왔다.

적당한 자극으로 근섬유가 찢기고 아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힘만으로 신체에 기적을 일으킨다. 몸의 움직임과 역량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운동은 자아를 성형한다. 성취감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도전정신과 회복 탄력성을 고양한다. 약 400만 년 전부터 인류가 운동에 열정을 품고 신체 단련을 멈추지 않은 이유일 테다.

‘스웨트’에서 미국 작가 빌 헤이스는 운동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추적한다. 저자는 역사학·생물학·해부학·의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고, 전 세계 곳곳의 유적과 시설을 답사하며, 달리기·수영·복싱·요가 같은 운동을 둘러싼 개인 체험을 다채롭게 뒤섞어서 운동의 역사를 펼쳐나간다.

책은 뉴욕의 한 희귀 장서 열람실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헤이스는 르네상스 의사 지롤라모 메리쿠리아레의 ‘체조술’(1573)과 처음 만난다. 기원전 5세기 이후 그리스·로마의 체육 예술을 꼼꼼히 정리해 기록하고, 아름다운 채색 삽화로 장식한 책이었다. 메리쿠리아레는 말했다. “운동은 신체의 격렬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호흡 양상의 변화를 수반하고, 건강 유지와 건전한 체질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운동을 예비·보통·마무리 등 단계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식단에서 행동 교정에 이르는 효과를 살핀 이 책은 건강 관리란 현대적인 관점에서 운동을 다룬다.

운동으로 건강을 다진다는 발상이 낯선 건 아니다.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규칙적 운동과 적절한 식단의 조화가 건강한 몸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체질과 나이에 맞춰 운동량과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스인들은 운동을 사랑했다. 모든 마을에 운동 공간·관람석·목욕탕을 갖춘 체육관이 적어도 하나는 존재했다. 극장이나 광장만큼이나 체육관은 공동체 활동의 중심에 있었다.

아카데미는 당대 아테네에서 가장 큰 체육관이었다. 운동하러 왔던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리스토클레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레슬링으로 다진 널따란 어깨 덕분에 플라톤(platon·넓다)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플라톤은 신체 단련과 정신 수련의 균형을 추구하라고 가르쳤다. “운동만 강조하면 비문화적 인간이 되고, 글로만 훈련받으면 유약한 인간이 된다.” 사고와 땀을 동등하게 함양하는 건 그에게 당연했다.

1200년 전, 기독교가 로마 제국을 장악하면서 고대 운동 문화가 사라졌다. 대성당이 체육관을 대체하고, 수련 대상이 신체에서 영혼으로 변했다. 단련을 통해 강인한 신체를 이룩하던 운동은 탁월함을 증진하는 예술이 아니라 음란한 외설로 여겨졌다.

운동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진 건 14세기 인본주의 등장 이후였고, 신체 운동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건 산업혁명 이후였다. 노동에서 신체 움직임이 줄어들자 운동 열풍이 불었다. 신체문화가 유행하면서 자발적 운동이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으로 부상하고, 보디빌딩으로 단련한 몸이 찬양됐다. YMCA 같은 기독교 단체는 교회 대신 체육관을 지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근육 기독교’의 출발이었다.

피트니스의 대중화는 1950년대 초 영국 사회역학자 제리 모리스와 함께 탄생했다. 운수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는 운동과 건강의 관계를 밝혀냈다. 움직이며 일하는 차장은 건강했으나, 앉아서 일하는 운전기사는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운동 없는 건강은 없었다.

운동을 권장해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게 정부 임무가 되었고, 피트니스 유행의 토대가 마련됐다. 운동 문화는 텔레비전 운동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근육질 스타, 에어로빅 비디오로 ‘여신’ 자리에 오른 제인 폰더 등 대중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 현재에 이르렀다.

오늘날 ‘근육이 주는 기쁨’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숨을 헐떡일 때까지 빠르게 걷거나 뛰고, 다리를 구부렸다가 펴고, 물건을 들었다 놓기만 해도 우리 몸은 더 강하고 더 단단하고 더 날씬하게 단련된다. 메르쿠리아레는 말한다. “건강은 편안함과 양립할 수 없다.” 의자 생활자로 생활하면서 건강을 지키려면 명심해야 할 말이다. 380쪽, 2만2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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