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주택공급 위기 심화시키는 이유[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2023. 9.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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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뉴스1

주택수요자들은 갑자기 혼란스럽습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라면서 대출규제를 완화한 정부에서 다시 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입니다. DSR규제를 우회하는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가계부채가 잔액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대출부터 손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13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요 요인이라고 알려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해 대상범위를 좁히고 서민, 실수요 층에만 집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제도 변경으로 대출이 중단되기 전에 받겠다는 수요가 미리 몰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7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1조8000억원에서 8월에는 5조1000억원으로 폭증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DSR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해 대출한도를 축소했습니다. 그동안 내 집 마련의 마중물이었던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준도 강화해 일반형 상품의 지원대상자와 일시적 2주택자는 신청자격에서 제외한다고 합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는 있지만 관련 제도가 시작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을 고려한다면 정책변경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이런 정책금융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주택매매 수요가 제한되면서 주택거래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겁니다. 특히 전세를 낀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장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대출규제로 인해 정부가 고심하는 주택공급대책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주택공급에 가장 큰 역할은 민간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인식해서 민간위주의 주택공급에 집중하는 듯합니다. 국내 주택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의 물량만으로 주택공급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주택수요가 늘어나야 주택사업자들이 주택을 공급하지,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 주택공급을 할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지루한 심리 게임입니다. 주택수요를 줄이면서 주택공급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사직전의 지방 주택시장입니다. 대출규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지방의 경우 주택수요를 줄이면 공급은 오히려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기존의 미분양도 해결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특히나 사업성에 민감한 지방의 주택시장은 수요의 미세한 변화에도 과민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한번 무너진 주택심리를 다시 살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사업단계별로 다시 주택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대부분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잃어버린 5년, 10년의 시간이 주택시장에도 적용되지 않으란 법은 없습니다.

고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다시 뜨거워지는 미국의 주택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수요가 탄탄하니 신규 주택공급을 하려는 주택사업자들이 앞다투어 나서는 중입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월간 주택건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보다 3.9% 증가한 145만2000건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물로 나오는 기존 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인해 올해 들어 신규착공과 허가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정부가 주택을 공급하라는 어떤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지만 시장은 알아서 대응합니다.

주택공급은 시장이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급조된 문재인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을 점검도 하지 않고 승계한 270만호 공급계획은 달성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1000가구의 대단지를 개발해야 주택수요가 만족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하루 아침에 뚝딱 공급계획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부터 쌓여온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계획도 중요하지만 주택수요를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주택시장이 활황이라고 착각하는 판단 착오는 겨우 반등한 주택시장을 다시 2022년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음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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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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