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거킹, 점주에 “카드 결제하려면 한달 3번 본사로 와라”
20일부터 “서울 종로서만 대면결제” 방침 바꿔
점주는 비행기 상경까지…“수수료 아끼려 꼼수”
“물품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서울까지 비행기 타고 왔다니까요! 이게 말이 됩니까? 매장을 비울 수 없어서 알바생을 한 명 더 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갑질도 이런 갑질은 난생처음 봅니다.”
지난 20일 서울 버거킹 종로점 4층 교육장은 신용카드를 손에 쥔 버거킹 점주 4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본사 방침 따라 물품대금(원부자재 구매비) 결제를 위해 비행기나 케이티엑스를 타고 지방에서 상경한 터였다. 1260만원을 결제하러 온 한 점주는 항의의 뜻으로 “1만원씩 나눠 1260번 결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점주들은 인근에 있는 버거킹 본사를 항의 방문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물품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점주들에게 ‘한 달에 세 번 서울에서 대면 결제를 하라’고 요구해 카드 결제를 못 하도록 꼼수를 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버거킹 본사는 365일 행사를 진행하며 행사비를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본사 부담금을 현금이 아닌 햄버거 패티로 지급해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버거킹 본사는 최근 점주들에게 ‘물품대금 신용카드 결제 방식 변경’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보냈다. 기존엔 전화로 본사 담당자에게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면 물품대금 결제가 가능했지만, 이달 20일부터는 본인명의 카드를 지참하고 서울 종로에 있는 본사 교육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본사는 안내문에서 “법률 위반 및 신용카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존 운영되던 유선 승인 방식은 9월14일부터 중단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거킹 점주들은 한 달에 세 번(10일, 20일, 말일) 본사가 정한 시간에 서울 종로 교육장까지 방문해 물품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진주, 김해, 대구 등 지역 점주도 예외는 아니다. 본사는 “직원에게 위임할 경우, (사원임을 증명할) 재직증명서·사원증과 점주의 신분증 등을 지참토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점주 ㄱ씨는 “신용카드사에 문의해도 유선 결제가 가능하다는데, 본사만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 지방 점주들은 한 달에 세 번씩 점포 문을 닫으라는 얘기냐”며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가맹점 물품대금 결제전용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각 지역 직영점에서 결제하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본사는 정해진 날짜까지 대금결제를 못 하면 초과 일수에 대해 연 1~22%의 가산금도 물리고 있다.
점주들은 카드 결제가 늘면서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자 본사가 ‘꼼수’를 쓰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간 물품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했던 버거킹 본사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분쟁조정 당시 “2019년부터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점주들이 현금으로 결제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점주 ㄴ씨는 “본사의 어이없는 주장에 점주협의회가 3월부터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1.5% (포인트) 캐시백을 받을 수 있게 돼 점주들 호응이 높았다”며 “카드 결제하는 점주가 늘어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본사가 현금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꼼수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여전법)은 신용카드 결제 거부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가맹계약서에는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자가 원·부재료 등의 납품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이를 거절하거나 현금결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버거킹 본사는 겉으론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론 카드결제를 어렵게 만드는 창의적 방법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거킹 본사 쪽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들이 현금 결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버거킹은 점주 편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카드 결제를 병행해왔으나, 여전법은 현장에서 실물 카드를 제시하고 매출전표에 서명하는 방식의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까닭에 (유선 승인 방식은)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부득이 결제 방식을 변경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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