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 美 브로드컴, 과징금 191억원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부품 선적 중단 등 각종 불공정 수단을 동원해 삼성전자에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경쟁당국으로부터 19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지난 4월 대규모 주가조작 실태가 밝혀진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거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제조사 권한을 확대하고, 신고 포상금 한도를 최대 30억원으로 상향한다. 한편 이달 중순까지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2.5일 늘어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8%가량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에 갑질 美 브로드컴, 과징금 191억원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등 4개사가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품 공급에 관한 LTA 체결을 강제해 불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2020년부터 시작된 브로드컴의 LTA 체결 압박은 각종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 이뤄졌다. 브로드컴은 2020년 2월 첫 번째 협상에서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의 공급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한 뒤 협상 이후에는 구매 주문을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구매주문승인 중단이 지속돼 부담이 커지자 커넥티비티 부품에 대한 LTA 체결에 동의하면서 일시적으로 구매주문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브로드컴은 이를 거부하고 LTA에 RFFE까지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자 브로드컴은 2020년 3월부터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모든 부품의 선적을 중단하고, RFFE와 커넥티비티 부품 생산도 중단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RFFE 부품 100% 탑재 또는 연간 8억달러 구매를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압박에 못 이겨 브로드컴으로부터 3년간 연간 7억6000만달러 이상의 부품을 구매하는 LTA에 서명했다.
브로드컴은 선적 중단 등의 조치가 삼성전자에 ‘폭탄투하’, ‘핵폭탄’에 해당할 정도로 기업윤리에 반하는 협박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진 카드가 없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LTA 체결로 당초 경쟁사의 부품을 탑재하기로 결정됐던 갤럭시 S21 부품이 브로드컴으로 변경되고, 삼성전자가 LTA 이행을 위해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의 부품(2억4200만달러)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브로드컴 부품 가격이 경쟁사업자보다 높았던 탓에 삼성전자가 최소 약 1억6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삼성전자는 3년간 연간 7억6000만달러의 최소 구매의무 및 차액 배상 의무를 부담함에도 수량할인 등 가격적 측면의 혜택이나 반대급부가 일절 없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해당 계약이 자발적으로 체결된 상호 호혜적 계약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 결정이 내려지면서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브로드컴은 과징금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 역시 브로드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LTA 강요로 추가 비용 등 3억263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당국, 혐의 계좌 자산동결 추진 포상금도 30억으로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법무부·대검찰청,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갖고 시장감시, 조사, 제재 전반을 개선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통신기록 확보와 자산동결제도 등 적절한 조치수단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와 최대한 협력하기로 했다. 자산동결제는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의 신규 금융 거래, 자산 처분 금지 등을 통해 추가 범죄에 악용하거나 불법 이익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법원 허가를 받아 자산을 동결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권한이 없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자산동결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제재 확정자 정보공개, 조사공무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권 등을 위해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도 대폭 확대해 적극적인 제보를 유도한다. 최근 5년간 불공정거래 신고에 대한 연 최대 포상은 5건으로 1건당 평균 포상금은 약 28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포상금제도를 내년부터 정부재원 포상으로 전환하고 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익명신고도 도입해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내년 1월부터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자진신고자에 대한 과징금을 감면해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각 기관의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 확대와 조직 내 성과평가 체계 개편 등 인센티브 방안도 개선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불공정거래 대응은 심리·조사·수사 기관 간 팀플레이가 중요하므로 이번에 기관 간 협업체계를 대폭 강화하고자 한다”며 “각종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해 신속히 조사 후 엄중히 제재되도록 시장감시와 조사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업 일수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약 8% 하락
한편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59억5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했다. 1∼20일 통계상 수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 6월(5.2%) 이후 3개월 만이다.

품목별로 보면 1∼20일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14.1%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3개월째다. 석유제품(-11.4%), 정밀기기(-2.5%), 컴퓨터주변기기(-30.3%) 등의 수출도 줄었다. 반면 승용차(49.1%), 철강제품(25.3%), 선박(73.9%) 등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9.0% 줄었다. 대중 수출 감소는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30.5%), 유럽연합(EU·32.7%), 베트남(14.3%), 일본(12.2%) 등은 늘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64억4500만달러로 1.5% 감소했다. 가스(-58.7%), 석탄(-29.4%), 반도체(-7.0%) 등의 수입이 줄고 원유(3.0%), 석유제품(29.9%) 등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12.6%), 일본(-5.6%) 등이 감소했지만 중국(9.0%), EU(29.3%) 등은 늘었다.
이 기간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4억8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5억400만달러 적자였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째 이어진 바 있다. 올해 들어 누적된 전체 무역적자는 242억6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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