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고위공무원 재산 백지신탁, 부동산도 포함해야"

정영희 기자 2023. 9. 2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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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부동산 가상자산·백지신탁제도 도입의 전제조건' 보고서를 발표, 주식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이나 부동산 등 여타의 재산에 대해서도 백지신탁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경우 주거용 부동산 등 일부 재산에는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하는 등 적절히 예외를 설정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사진=뉴스1
최근 공직자의 재산 관련 윤리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백지신탁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법령상 백지신탁제도는 공직자의 재산상 손실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는 시점이다. 이를 해결하고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백지신탁의 적용대상을 주식 아닌 부동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 가상자산·백지신탁제도 도입의 전제조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은 일정 범위의 공직자로 하여금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원칙적으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
지신탁이란 공직자가 보유주식을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수탁자는 수탁받은 주식을 다른 재산으로 바꿔 관리하되 주식의 원소유자인 공직자는 해당 재산의 관리·운용·처분에 관여하거나 그에 관한 정보를 가질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주식과 관련한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주식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면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공적인 요청과 공직자 개인의 사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이때 공직자에게 보유 주식을 매각 후 백지신탁하도록 해 공직부패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현행 백지신탁 제도는 주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상자산·부동산 등의 재산은 제외한다. ▲재산공개대상자 ▲기획재정부 소속 4급 이상 금융사무 관장 이상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등의 고위공직자는 본인 이해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의 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주식이 백지신탁되면 수탁기관은 신탁계약이 체결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처음 신탁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보유 주식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정을 받으면 이러한 의무를 면한다.

현행 제도는 과하게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면 이를 반드시 백지신탁할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아 재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제시된.

백지신탁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가 주식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한계로 언급되기도 한다. 공직자가 보유하는 주식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이나 부동산 등 여타의 재산도 이해충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현행 제도는 주식만을 대상으로 해 제도의 활용폭이 너무 좁다는 주장이다.
그 동안 주식 외에 다른 재산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나왔으나 공직자의 재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현재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국내 백지신탁제도의 기원인 미국 '정부윤리법'은 공직자가 이해충돌 해소 수단으로 백지신탁(blind trust)을 선택하면 수탁자는 자산의 운용에 관한 완전한 재량권을 가진다. 공직자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운용하되 독립적 판단 하에 투자에 관한 결정을 한다. 신탁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에도 제한이 없다. 주식·채권·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유형의 재산이 백지신탁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백지신탁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부동산 등 타 유형의 재산 또한 처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형진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유형별로 백지신탁 의무에 차이를 두는 것은 공직자 간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백지신탁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 다양한 이해충돌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처럼 재산을 일률적으로 매각하도록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제매각을 전제로 한 제도는 공직자의 재
산상 손실을 불러오는 등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시장에서 돈으로 전환하기가 용이치 않고 주거나 영업 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강제처분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면 백지신탁을 갈음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함께 제시해 재산권 침해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주거용 부동산 등 일부 재산의 경우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하는 등으로 적절히 예외를 설정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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