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들을 어떻게 대했나 [책&생각]

한겨레 입력 2023. 9. 22. 05:06 수정 2023. 9. 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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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이한 2023년, 역사는 돌고 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일들이 잦은 요즘 주목할 만한 신간이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한국스포츠를 취재하고 조사해온 오시마 히로시 선생의 '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 열전'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야구, 축구, 유도, 레슬링, 농구, 배구, 골프, 마라톤, 동계스포츠, 럭비, 사격, 하키 등등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그토록 많은 재일코리안들의 활약이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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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 열전
오시마 히로시 지음, 유임하·조은애 옮김 l 연립서가(2023)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이한 2023년, 역사는 돌고 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일들이 잦은 요즘 주목할 만한 신간이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한국스포츠를 취재하고 조사해온 오시마 히로시 선생의 ‘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 열전’이다. 재일본대한체육회 창립 60주년(2012년)에 맞춰 재일코리안들의 스포츠 역사에 관한 책을 집필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일본에서 먼저 출판된 책을 번역해 출간한 것이다.

우리는 한일을 오가면서 활약한 재일코리안 스포츠 스타들을 알고 있다. 부분적이나마 그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야구, 축구, 유도, 레슬링, 농구, 배구, 골프, 마라톤, 동계스포츠, 럭비, 사격, 하키 등등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그토록 많은 재일코리안들의 활약이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 오늘날 우리 스포츠의 위상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공헌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은 1948년 8월15일이지만, 런던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그보다 조금 이른 7월29일이었다. 미군정 아래에 있었지만, 우리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국제스포츠 무대에 처음 진출했다. 일제로부터 막 해방되었을 무렵, 우리는 볼펜 한 자루 만들 수 없는 산업기반과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1953년)에 불과한 2천만명의 굶주린 국민이 살고 있는 극빈의 농업국이었다. 손기정과 남승룡을 비롯해 50여명의 선수단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지만, 돈이 없었다. ‘올림픽 후원권’ 같은 복권을 발행했어도 재정이 부족했다. 그때 재일코리안 출신 유지들이 64만3500엔의 거액을 찬조금으로 모았고 선수단에 필요한 운동기구 등을 증정했다.

그처럼 힘든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우리는 해냈다. 건국 초기의 혼란, 분단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세계 1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남북한의 체제 경쟁 이전에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극일(克日)을 외치며 달려온 결과였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한일전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 우리는 재일코리안 스포츠 스타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능력과 실력을 빌렸고, 배웠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재일코리안 선수들이 기꺼이 한국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한국에 오면 ‘반쪽발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 차별받는,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될 기회는 주지 않으면서도 한국 선수와 싸워 이기면 “조상의 나라에서 한국을 이긴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심지어 정부에 대해 다소 불만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김창오는 1987년 6월 항쟁 때 주일한국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여 일본에서 구속된 유일한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코리안이며, 유신정권 시절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사무장이다. 이후 이 사건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조작사건임이 밝혀졌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식사과도 했지만, 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국을 알면 알수록 사랑에 빠졌고 조국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조국을 사랑하면 할수록 조국은 나를 내치고 더욱 멀어져 갔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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