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프리미엄 열풍 타고 쌀품종 관심 증가…“연구개발 속도 내야”

서지민 2023. 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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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5) 양조용 쌀의 성장 가능성은
‘설갱’ ‘양조벼’ 등 3품종 그쳐
팽화미·외국산 사용 일반적
“양조장 노력만으로는 한계
연구기관 지속적 지원 필요”
“밥쌀용 활용 높이자” 의견도

전통주를 구성하는 3요소는 쌀·누룩·물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모자라도 좋은 술을 만들 수 없지만, 그 진가와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국 우리술이 세계인의 술이 되려면 핵심 재료부터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품질을 높일 뿐 아니라 이를 적극 알리는 마케팅 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선 3요소 중 쌀과 누룩의 활용 현황과 발전 방향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국산 양조용 쌀인 ‘설갱’. 국순당에서 농촌진흥청과 공동연구 끝에 개발한 품종이다. 국내 양조용 쌀은 ‘설갱’ 포함 3종밖에 안된다.

평소 와인을 즐기는 사람은 포도 품종을 세밀하게 따져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른다. 사케 좀 마셔봤다 하는 이들에게 ‘야마다니시키’ ‘고하쿠만고쿠’ 등 양조용 쌀 품종명은 익숙하다. 전통주에 쓰이는 쌀 품종도 와인이나 사케처럼 다양할까?

흔히 파는 막걸리의 라벨을 살펴보면 원재료에 ‘팽화미’를 쉽게 볼 수 있다. 팽화미란 튀긴 쌀로 가공미의 하나다. 팽화미를 쓰면 술 만들 때 고두밥을 찌는 과정이 단축된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팽화미 못지않게 막걸리엔 외국산 쌀, 공공비축미도 많이 사용한다. 막걸리 한병당 원재료비가 공공비축미는 102원, 외국산 쌀은 45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포기할 수 없어서다. 다만 공공비축미는 보통 수확한 지 4∼5년 지난 쌀로 저장 기간이 길어 유리지방산 함량이 높고 조직이 단단해 묵은 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양조장에선 어쩔 수 없이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를 첨가한다.

최근 출시된 막걸리는 이와는 다른 모양새다. 프리미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쌀 품종에 관심이 올라가는 추세다. 소비자들의 입맛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술을 빚기 적합한 쌀이 어떤 것인지도 깊이 있는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양조용 쌀은 밥쌀용 쌀에 비해 전분 함량이 많고 단백질·지방이 적어야 한다. 겉은 단단하되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박동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쌀알 한가운데 하얀 심백이 크게 있어야 술로 빚었을 때 맛이 좋다”며 “물·곰팡이·효모가 잘 흡수되고 나중에 건조도 잘돼서 누룩 제조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설명했다.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는 고품질 쌀의 품종을 두드러지게 표기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양조용 쌀은 나와 있다. ‘설갱’ ‘양조벼’ ‘한아름4호’ 3가지다. 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곳이 국순당이다. 이곳에서는 고문헌에 나온 방법대로 쌀을 그대로 찌지 않고 가루를 내서 ‘백세주’를 빚는데 ‘설갱’은 쌀알이 잘 부서지고 풍미가 뛰어나 알맞다는 설명. 문제는 국순당을 제외하곤 양조용 쌀을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양조용 쌀은 재배면적이 작고 정부 매입 기준에도 포함되지 않아 재배하려는 농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조장이 나서서 계약재배를 하려고 해도 필요 수량이 매년 달라져 재배면적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철호 국순당 홍보담당자는 “국순당은 농진청과 공동연구를 한 끝에 ‘백세주’와 잘 맞는 ‘설갱’이라는 품종을 찾은 것”이라며 “특정 품종을 계약재배 해야 하고 꾸준히 많은 물량을 써야 하니 큰 규모의 양조장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조용 쌀보다 밥쌀용 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밥쌀용 쌀이 가진 특징을 활용하면 술의 다양한 풍미·질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설립한 양조장들은 이 때문에 밥쌀용 쌀 품종을 라벨에 표기해 마케팅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가령 경기 화성 마스브루어리는 ‘수향미’, 경북 문경 두술도가는 ‘희양산우렁쌀’을 라벨에 표기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저렴한 막걸리엔 우리쌀 대신 외국산 쌀이나 팽화미, 공공비축미가 쓰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유통업체나 시장에선 아직도 쌀을 단일 품종으로 내놓기보다는 지역만 구분해서 혼합 품종으로 판매한다. 멥쌀의 경우 사정이 나아졌지만, 찹쌀은 여전히 지역이 표기되지 않고 ‘국내산 찹쌀’이라고만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조장에서 원하는 품종을 찾아 따로 구매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쌀 생산·유통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새로운 쌀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기존 쌀 품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놓자는 것. 이러면 전통주로 활용되는 양도 늘고 밥쌀용 쌀 소비 확대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관은 “매년 1인당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며 “쌀 사용처를 다각화해 소비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조용 쌀 연구를 위한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하며 연구기관도 양조장과 소통하며 전통주 제조에 적합한 품종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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