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몽유도원도에 필적… 15세기 산수화 日서 발견
조선 전기 회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년)에 필적할 만한 15세기 걸작 산수화가 일본에서 공개됐다.
일본 후쿠오카시미술관에서 지난 13일 개막해 10월 22일까지 열리는 ‘조선 왕조의 회화-산수·인물·화조’ 특별전에서다. 미술관은 “최근 연구가 진전돼 지금까지 중국 회화로 인식됐던 회화 중에 조선 왕조 회화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새로 발견된 작품을 포함해서 조선 왕조 회화 44점을 산수도, 인물도, 화조도로 나누어 장르별로 소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 첫 번째로 걸린 ‘방곽희추경산수도(倣郭煕秋景山水圖)’는 북송 최고 화가 곽희(郭熙)풍으로 그린 15세기 대형 산수화다. 세로 108.1㎝, 가로 86.2㎝. 화면 한가운데, 거대한 산이 아래서부터 위로 꿈틀거리며 솟아오른다. 산 양옆으로 안개가 끼어 있고, 오른쪽 아래엔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국내 회화사 전문가들은 “조선 전기 산수화는 워낙 남아 있는 게 드물고, 더구나 15세기로 확정할 수 있는 산수화는 국내엔 없고 일본 덴리대(天理大)가 소장한 안견의 ‘몽유도원도’ 한 점만 있었다”며 “‘몽유도원도’와 전혀 다른 양식의 15세기 조선 산수화가 일본에 있었다니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장진성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회화사)는 “일본인 개인 소장자는 명나라 그림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타쿠라 마사아키 도쿄대 교수가 조선 15세기 회화라고 밝혔고, 작품을 실견한 한국 연구자들도 수긍하고 있다”면서 “한국 회화사를 다시 쓸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 그림은 2016년 일본 나라 야마토분카칸(大和文華館) 전시에 나온 적이 있지만, 워낙 작은 전시라 주목받지 못했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전기 회화의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그림”이라면서 “조선 전기 산수화에 새로운 영역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이라고 했다. “국내에 남아 있는 16세기 산수화는 한쪽으로 구도가 치우친 ‘편파 구도’ 양식인데, 이 그림은 중앙 집중형으로 한가운데 산이 꽉 차 있는 곽희의 정통 산수화풍”이라는 것이다.
오다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두루마리에 가로로 길게 그린 ‘몽유도원도’와는 또 다른 양식이고, 곽희의 대작인 ‘조춘도(早春圖·1072년)’와 상당히 흡사하다. 15세기 초 명나라 화원 화가 이재가 그린 곽희풍 산수화와도 유사하지만 그림 좌우에 있는 경물이나 인물 표현이 조선 시대적이어서 우리 그림이 맞고, 시기는 1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16세기 이후에는 산수화의 화법과 구성이 조금 더 조선화되었기 때문에 15세기로 특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곽희의 ‘조춘도’ 양식을 15세기에 정통으로 계승한 그림이 중국에도 없는데, 조선에 들어와서 우리 식으로 해석이 됐다는 건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그림 외에도 ‘궁녀도(宮女圖)’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 등 새롭게 밝혀진 조선 회화들이 전시 중이다. 후쿠오카현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숭고한 믿음의 아름다움-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불교 미술’과 함께 관람하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두 전시를 연계해 다음 달 8~9일 후쿠오카시미술관에서 한일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도 열린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토스맨으로 변신한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핀테크 기업이 나아갈
- 한미연합사 창설 46주년…"북러에 굳건한 한미동맹 힘 보여줘야"
- '고소장 분실 후 위조' 前검사, 2심서 유죄로 뒤집혀
- [단독] 능력·청렴·신뢰 없는 ‘3無' 강남경찰서…특별 관리 받아도 소용 없어
- 위례∼과천 광역철도,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 홍준표·나경원 “尹 담화 진솔… 이제 단합하자”
- 이재명, 김용 변호인단 텔레그램방 참여... 직접 의견 내
- 김종국이 광고한 ‘익스트림 아르기닌’, 허위광고로 과징금 5640만원 철퇴
- [판읽기] 누가 더 위험할까. 세 金여사 ‘아내 리스크’ 비교
- “AI가 있는 한, 인간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