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웨딩 촬영 커플부터 김밥 사 먹는 20대까지...베트남 멋쟁이들 몰린다는 쇼핑몰의 정체는
두달간 프리오픈 기간 누적 방문객 200만 명
40% 매장이 지역 특화... 문화센터·한국 브랜드 잘나가
20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 중심가에서 약 7km 떨어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웨스트레이크몰)의 지하 1층. 하얀 미니스커트에 면사포를 쓴 젊은 여성이 검은 양복을 입은 또래 남성과 나란히 벽에 기대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잡았다. 건너편에 선 사진 작가가 사진을 찍었다. 천장부터 벽과 바닥까지 옅은 회색빛이 도는 내부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분위기 있는 웨딩 촬영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4층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통창 너머 대관람차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옆에는 옷이 든 캐리어 가방이 눈에 띄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7월 28일 프리오픈 이후 누적 방문객이 200만 명에 육박했는데 절반이 35세 미만"이라며 "젊은 인플루언서들이 옷을 갈아입어가며 사진 찍고 베트남 메신저인 잘로(Zalo),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고 귀띔했다.
"베트남에 없던 곳...두달 동안 200만 명 다녀가"
22일 공식 개장을 앞둔 이곳은 쇼핑몰과 마트·호텔·아쿠아리움·영화관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로 연면적 약 35만4,000㎡(약 10만7,000평) 규모다. 하노이에서 제일 큰 호수인 서호(West Lake)에 자리 잡아 건너편에는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부자 동네가 있고 뒤로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공공기관 이전이 한창이다. 호숫가에 있고 잠실 롯데월드몰을 디자인했던 영국 베노이사와 일본 노무라 공예사가 공간 기획에 참여해 '베트남 판 잠실 롯데타운'을 떠올리게 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베트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롯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연말까지 이 몰에서 8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2213000004379)
김상현 부회장 "롯데의 모든 역량 헌신적으로 쏟아부어"
유행을 잘 알고 멋을 즐기는 베트남 2030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하는 이 몰은 1층에 컨템포러리 패션을 돋보이게 해 스포츠 매장과 영캐주얼을 앞세운 하노이의 다른 쇼핑몰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인 자라(ZARA)가 값비싼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통하는 점을 공략해 2017년 이후 6년 만에 베트남 세 번째 매장을 냈다. 여기다 디올과 샤넬 등이 베트남 최초의 부티크형 화장품 매장을 차렸고 나이키도 프리미엄 매장인 나이키 라이즈 매장을 연다. 1층의 보틀벙커도 베트남의 와인 편집숍으로는 제일 크다.
롯데쇼핑은 233개 매장 중 약 40%인 85개 매장을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화 매장으로 꾸렸다. 이 중 베트남 최초가 25개, 하노이 최초가 28개, 플래그십 콘셉트의 매장도 32개다.
문화센터와 한국 브랜드 인기
4층은 △서점 △갤러리 △DIY공방 △쿠킹 스튜디오 △롯데시네마 등이 자리 잡아 고객이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뜨겁다. 김준영 롯데프라퍼티스하노이 법인장은 "사회주의 국가라 외국계 기업이 교육 사업 라이선스를 받기 어려워 문화센터라는 개념이 없다"며 "프리오픈 이후 4층을 찾은 고객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라고 말했다.
한 층 아래는 한국 대도시의 여느 유흥가와 다르지 않았다. 뉴진스의 '슈퍼샤이' 등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베트남 10대들이 모여 떡볶이를 먹고 경북 경주시 인기 브랜드 '십원빵' 매장 앞에는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말엔 롯데마트 김밥 1000줄씩 팔려"
한국 음식 인기는 지하 1층 롯데마트로 이어진다. 이곳은 매장 면적의 90%를 그로서리 매장으로 꾸몄는데 입구에는 직영 베이커리 브랜드 풍미소가 있고 과일 코너에는 한국에서 항공 직송으로 실어 온 샤인머스캣이 눈에 띄었다. 롯데마트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베트남 최초 즉석 조리 식품 특화 매장인 '요리하다 키친'에는 떡볶이, 김밥 등을 팔았다. 김밥은 주말이면 하루에 1,000줄씩 팔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롯데월드와 L7호텔의 첫 해외 진출 무대다. 롯데월드는 지난달 1일 지하 1층에 9,000㎡(약 2,750평) 규모로 첫 해외 지점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를 열었는데 약 400종, 3만1,000마리 넘는 해양 생물을 갖췄다.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9월 1일~4일)에만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았다.
롯데월드는 아쿠아리움, L7은 5성급 호텔로 첫 해외 진출
쇼핑몰 1층에서 연결된 L7호텔은 23층 규모의 타워 두 동이 결합된 형태로 264개 객실을 갖췄다. 한국에선 4성급 호텔인 L7호텔은 하노이에서는 5성급 호텔로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밀집해 있고 외국인 왕래가 잦은 지역 특수성을 살려 투숙객을 모을 계획이다.
한편 이곳은 롯데의 동남아 진출 방향과 속도를 따져 볼 가늠자가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해외 곳곳에 단일 점포를 여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렸지만 하노이를 시작으로 유통 분야는 물론 건설과 물산까지 더해 그룹 내 계열사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자산 개발 형태로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자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하노이=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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