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장교→카바디 국대… 인도의 아성에 도전장

미스코리아 선발 후 장교로 임관, 수색중대 소대장을 거쳐 레바논 파병 길에 올랐다. ‘국위선양’이라는 생각에 보람이 있었고 군인을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5년 전 아시안게임 ‘카바디’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게 계속 마음 한 구석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결국 군복을 벗고 운동 국가대표로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희준(29)이 오는 23일 열리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바디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국인에겐 생소한 비인기 종목. 카바디(Kabaddi)는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디어다. 인도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한 왕자가 적군 7명에게 포위를 당해 전사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인도의 국기(國技)다. 공격 시 선수들은 “카바디”라고 반복해 쉬지 않고 소리 내야 한다. 맨몸으로 하는 피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10mX13m(여자 8mX12m) 규격 코트에 각 팀 7명이 진영을 나눠 선 뒤, 공격권을 가졌을 때 수비를 터치하고 돌아오면 점수를 딴다. 손, 발을 모두 써도 되기에 다리를 쭉 뻗는 장면도 나온다.

인도에선 어린 아이부터 카바디를 즐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연스럽게 국제 대회 메달도 인도가 휩쓴다.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지금까지 11개 금메달이 나왔는데 인도가 9개(이란 2개)를 가져갔다. 한국도 메달 경험이 있다. 남자 대표팀이 2014 인천 대회에서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우희준은 2018년 메달 꿈을 안고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2승1패 호성적을 냈지만 득실에서 밀려 4강 토너먼트에 나서지 못했다. 준결승 패자 모두 동메달을 받기에 한국은 눈앞에서 메달을 놓친 셈이었다. 우희준은 “당시 학부생이었고 1년을 휴학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아쉬움도 컸다”고 했다. 국내엔 카바디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아 선수들이 다른 일을 하다 큰 대회를 앞두고 운동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업을 1년 쉰 건 우희준에게도 큰 결정이었다.

우희준은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아버지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운동 신경이 좋았다. 아버지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고 초등학생 때는 육상 허들 선수로 뛰었다. 이후엔 체력 소모가 많은 치어리딩도 했다. 그는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아이였다.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하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성인이 된 2013년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났다. 뉴델리 거리를 걷다가 아이들이 바닥에 선을 긋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바디였다. 우희준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것처럼, 인도 아이들은 카바디를 일상에서 즐기고 있었다. 나도 노력한다면 이 종목 국가대표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귀국 후 부산에 있는 대한카바디협회를 찾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우희준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해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 태권도를 하던 시절부터 익힌, ‘순간적으로 다리 뻗기’를 잘했다. 카바디에선 발로도 득점이 가능한 만큼 우희준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2016년 울산대 전기공학부 의공학전공에 입학한다. 평일에 학업과 개인 운동을 하고 주말엔 부산 협회로 내려가 카바디를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운동을 놓지 않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2019년 울산대 학군단에 입단, 학군사관후보생을 했는데 선택엔 현실적 배경도 있었다. 비인기 종목 특성상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는 “군인은 체력을 잘 유지하면 정년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것 역시 영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방학 때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미스코리아 예선 합격’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후배들이 우희준 몰래 사진들을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 낸 것이었다. 우희준은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이내 ‘카바디 종목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최종 미스코리아 선(善)에 당선됐고 학군 후보생, 미스코리아 경험 등을 엮어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졸업 후 학군 59기로 임관한 우희준은 23사단 수색중대 근무를 거쳐 레바논 파병을 다녀왔다. 하지만 입대 후 전우들에게 꾸준히 카바디를 알려주고 종목 매력을 말할 정도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월 군 생활을 마치고 카바디 대표로 복귀했다. 지리산 인근 수련원에서 합숙을 하며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우희준. “이번에는 메달을 따리란 확신이 있어요. 이후 일은 생각하지 않고 카바디에만 집중 할래요.”
☞카바디(Kabaddi)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진 맨몸 스포츠. 술래잡기와 격투가 혼합된 형태다. 규격 경기장(남성 13X10m, 여성 12X8m)에 각 팀 7명씩 출전,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번갈아 공격한다. 공격자 1명이 상대 진영에 들어가 손발로 수비를 치고 돌아오면 점수를 딴다. 공격자는 끊임없이 “카바디(’숨을 참는다’는 힌디어)”라고 외쳐야 한다. 경기 시간은 남자 40분, 여자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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