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2] 이지러지는 달

탁월한 문학적 감성과 언어 조탁에 철리(哲理)까지 보태면서 이름을 떨친 북송(北宋)의 문인이 동파(東坡) 소식(蘇軾)이다. 우리가 흔히 ‘소동파’라 부르는 이다. 달을 다루는 글에서도 그의 감성과 언어는 빼어나다.
“밝은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술잔 잡고 파란 하늘에 묻노니…”로 시작하는 그의 사(詞)가 있다. 한가위를 맞아 오래전 헤어진 동생 소철(蘇轍)을 그리며 쓴 작품이다. 그리움만 재촉하는 달을 푸념하다 문득 이런 헤아림에 닿는다.
“사람에게는 슬픔과 기쁨, 헤어짐과 만남이 있듯 달에는 어두움과 맑음, 가득 차오름과 이지러짐이 있으니…(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다. 사람의 슬픔과 기쁨 등을 가득 찼다가 기우는 달의 모습에 견줘 감흥이 깊다.
둥근 은쟁반 같다고 해서 은반(銀盤), 옥토끼가 산다고 해서 옥토(玉兎), 계수나무 있는 궁궐이라고 해서 계궁(桂宮), 자태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해서 선연(嬋娟) 등이 달의 별칭이다. 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광한루(廣寒樓)의 앞 두 글자도 그렇다.
둥그런 모습이었다가 이지러지는 달의 모습은 영허(盈虛)로 적는다. 가득 찼다가[盈] 비워지는[虛] 현상을 표현했다. 소동파가 적은 원결(圓缺)과 동의어다. 우선은 늘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가리킨다. 우리도 잘 쓰는 성어 영고성쇠(榮枯盛衰)가 그렇다.
피었다 시드는 꽃, 번성했다 쇠락하는 것의 모습이다. 인문적 맥락에서는 넘침과 모자람, 더 나아가 성공과 실패를 함께 일컫기도 한다. 때로는 성공했을 때의 득의(得意), 실패했을 때의 실의(失意)도 가리킨다.
중국 달이 기운다. 개혁·개방의 흐름을 접으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일본 달이 기울어 30여 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보냈는데, 이번은 중국 차례일까. 그러나 남의 일만은 아니다. 어느새 어두워진 우리의 달도 조금씩 이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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