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53] 일본의 단식 투쟁
일본에서는 단식 투쟁을 ‘한가 스토라이키(ハンガーストライキ)’라고 한다. 영어 ‘hunger strike’를 일본식 발음으로 바꾼 말이다. 웬만하면 번역어를 만들어 쓰던 19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니 당시 일본에서는 단식 투쟁이 별로 친숙한 개념이 아니었던 듯하다. 지금도 단식 투쟁은 일본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일본 위키피디아의 해당 항목은 20세기 초반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가나 1980년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수감자들의 옥중 단식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하면서 ‘1인 시위와 더불어 한국에서 자주 행해지는 항의 수단’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단식 투쟁 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의 하나가 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단식 투쟁을 흔히 ‘약자의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이나 요구를 세간에 알리기조차 어려운 수감자나 열악한 처지의 활동가들이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을 때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택하는 최후의 고육지책이 단식 투쟁의 본래적 의미라 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여론 압박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위이므로 어느 정도 민주적 가치와 인권을 포용하는 사회에서나 소기의 목적 달성을 기대할 수 있는 항거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의 단식 투쟁은 특이하게도 정치인들이 단골 주인공이다. 진영이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유력 국회의원들이 돗자리에 드러누워 군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한국적 현상이다. 국회의원은 언로가 막힌 약자가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발언의 자유와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하며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할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정치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극단적 모습을 연출하고 동정심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습관성 단식 퍼포먼스야말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정치 문화를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구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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