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구 없는 여야 대결의 정치가 빚은 헌정사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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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우리나라 헌정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날이다.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현직 총리 해임건의안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 안건에 올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통과시켰다.
정부와 여당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유탄이라고 여기는 대신 그동안 국정 운영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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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우리나라 헌정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날이다.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현직 총리 해임건의안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 안건에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나란히 가결됐다. 이 또한 헌정사상 처음이다. 22대 총선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야당은 리더십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여당은 총리 불신임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통과시켰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의원 과반인 148명으로, 가결 정족수에서 단 1표가 더 나왔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다. 앞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지난 2월에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2월 27일 본회의에서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이날로 단식 22일째인 이 대표는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막상 표결에선 민주당 내부에서 30명 가까이 이탈표가 나왔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방탄 정당이란 지적 속에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셈이다. 이날 당론화하진 않았으나 부결을 유도한 당 지도부도 위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의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른바 ‘개딸’이라는 친이재명계 열렬 지지층이 이에 가세할 경우 상당 기간 자중지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의 원인을 검찰의 정치공작으로 돌렸다. 검찰이 검사 약 60명 등 수사 인력 수백 명을 동원해 2년 넘도록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하는 등 탈탈 털었으나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책임은 오롯이 이 대표 몫이 됐다.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사법의 영역에서다.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정부와 여당의 자세다. 지난 대선 이후 여야는 협치와 민생 대신 대결과 정쟁을 일삼았다. 정부와 여당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유탄이라고 여기는 대신 그동안 국정 운영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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