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 장수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입력 2023. 9.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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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표 장수촌 나가노현, ‘그룹걷기’ 수십 년간 시행
의료비 지출까지 감소세…어울림 활동 체계화 절실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장수, 즉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공통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2020년 한 해에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339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 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은 다양하면서 복잡하다. 가족 구조 변화와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 배우자 사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신체 기능 저하, 경제력 감소 등 노년기에 생기는 여러 가지 삶의 변화와 문제들이 우울감 고립감 자괴감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노인은 인지능력이 저하되면서 감정조절능력, 판단력 등이 떨어져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끼는 반면 충동성·공격성이 증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할 위험이 있다. 그중에서 신체 기능 저하가 발생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면서 의존적 삶을 살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지고,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게 되고, 행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수사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의 마지막까지 활력을 유지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광역시 중 최초의 초고령화 도시 부산은 인구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늘어 의료비 지출 상승이 심각하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노인 환자의 절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건강 노인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동경노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대의 70대 건강상태가 2000년대 80대 후반과 같다고 한다.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발전에 따라 인간의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장수가 특수 계층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일반인들에게 확대되고 있으며 건강 노인의 증가 추이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장수 국가’ 일본에서 20세기 말까지 부동의 1위가 오키나와 지역이었다. 하지만 2021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오키나와의 평균 수명이 남성 36위, 여성 7위로 몰락했다. 이와 반대로 나가노현은 오키나와 대신 새로운 최고 장수 지역으로 부상했다. 나가노현은 높은 장수도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이 일본에서 최저이며 인구고령화가 반드시 높은 질병이환율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 뇌졸중 사망률이 아주 높아 건강위험지역이었던 나가노현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은 1946년 와카츠키 준이치 박사가 달구지에 의료기구를 싣고 왕진을 다녔기 때문이다. 주민의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을 중시하는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치료에 앞서서 예방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근로활동은 나이가 들어도 가능한 최대 지속하도록 했다. 특히 지역의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잘 구성해 전 주민 걷기 운동과 뼈건강 운동 등을 시행했다. 고령자들이 신체적 불편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독 등으로 운동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둘레길 코스를 100군데 이상 개발하고 혼자 걷지 않고 그룹별로 함께 걷게 했다. 3분 빨리 걷고 3분 천천히 걷는 방법으로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려고 했고 핵심사항으로 참여자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건강자문을 통해서 참여도와 신뢰도를 모두 높였다. 주민이 함께 대화하면서 걷게 해 주민공동체 의식도 강화됐으며, 노인과 함께 걷는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서 생활습관 개선 운동을 확대하고 보편화했다. 그 결과 최장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비지출은 적게 되어 사회재정 안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더 나아가 나가노현의 사쿠시는 예비 질환자들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의 어울림에는 2가지 기능이 있다. 정서적 지지 기능과 인지 자극 기능이다. 정서적 지지를 받는 사람은 해마와 같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크다. 정서적 지지를 못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염증 반응이 생겨 해마와 같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부위가 손상된다. 또 어울려서 나누는 대화, 다른 사람의 변화, 만나러 가는 행동 등이 뇌의 인지기능을 자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이 혼자서 운동하는 것보다 어울려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을 개인 문제로만 덮어둬선 안된다. 우리나라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라는 우수한 시스템이 있어서 의료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전문과목 공급자 중심으로 의료서비스가 구성되어 있으며 예방과 건강증진에는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가족과 사회가 행복한 장수 도시 부산을 만들려면 노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 어울리면서 노인 중심의 새로운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의료진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다면적 복합 센터 운영과 자원봉사 센터 강화, 지역 협력센터 설립 등으로 노인 이용자 중심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활동을 체계화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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