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만남보다 더 따뜻한 이별이길

경기일보 입력 2023. 9.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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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구두 만드는 풍경 아지오 설립인

가로수 이파리들의 안색이 변하고 있다. 저녁과 아침에 부는 바람 끝이 냉정해진 탓인지 푸른 기색이 옅어졌다. 마냥 싱그러우리라 여겼는데....

벌써 나무와 이별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요동치거나 별다른 소리 없이 차분하게 순응한다. 아쉬움과 애틋함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음에도 그냥 떠날 정리를 하는 듯하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마저 미련 남기지 않고 떨굴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이 모두가 겨울 뒤에 올 봄에게 소망과 기쁨을 선물하려는 속 깊은 배려임을 읽을 수 있다.

스스로 영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헤어지는 방법이 서툴다. 쉽게 만나고 좋을 때는 잘 지낸다.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뜨겁다가도 이별의 순간에는 분노와 더불어 마음이 거칠어진다.

잘 들여다보면 사소한 오해와 작은 서운함에서 비롯된 미움이 갈라서는 까닭으로 이어진다. 많이 가졌거나 높이 올라선 사람들은 돈이나 힘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눌러 헤어짐을 겪는다. 죽음이나 뜻하지 않은 사연으로 돌아서야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여하간 사람들은 이별 앞에서는 틀림없는 아마추어다.

자연은 우리들의 스승이다. 만나는 일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헤어지는 요령도, 그리고 다음에 오는 계절에게 새로움을 주려는 마음도 알기 쉽도록 가르쳐준다. 그럼에도 요즘 사람들은 더 각박해진 세상을 느낀다. 같이 있어도 외롭고 즐거운 시간은 짧아지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다가 결국 원수가 돼 등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때부터인지 사람들의 관계가 머리로 만나 눈으로 탐색하고 지갑의 크기로 계산된다. 끈끈한 인정이 아니라 계약이나 거래 중심으로 바뀌어만 간다.

가슴이 빨리 식는다. 소중함의 농도가 허약해진다. 그로 인해 어색한 헤어짐 후에 덩어리 미움과 분노의 찌꺼기에 오랜 시간 지배를 받는다. 나중에는 아픔과 후회로 몸살을 앓는다.

가을에 지는 낙엽이 새봄의 재료가 되듯 사람들의 헤어짐이 더 좋은 만남을 위한 자양분이었으면 한다. 누구라도 아무 때라도 만남 뒤에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만남이 사랑이었다면 이별도 사랑이기를 바라 본다. 함께 행복을 꿈꾸었다면 헤어질 때 그 행복을 똑같이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의 모든 이별이 따뜻한 박수가 있는 축제이기를 이 가을에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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