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초전도 내면’ 온전한 받아들임이 주는 자유

경기일보 입력 2023. 9.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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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영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른바 ‘초전도○○’ 밈이 유행했다. 이는 올해 7월 말 이석배 연구팀이 연구 중인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일 수도 있다는 소식에서 시작된 인터넷 밈이다. 이 밈과 관련한 단상을 나누기 이전에 우선 초전도 밈의 소재인 초전도체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간단히 말해 전기 저항이 0이면서 마이스너(반자성)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가리킨다. 통상의 전도체는 어느 정도의 저항 값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전력 전달 시 저항에 의한 에너지 손실과 발열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열 해소를 위한 추가적인 설비와 에너지까지 소요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연구해 왔고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82도, 약 89만기압에서 구현해 낸 고압 초전도체가 현재까지의 진행 단계였다. 그런데 이석배팀은 상온상압에서도 전류 조절에 따라 초전도 현상을 ON&OFF까지 할 수 있는 물질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해당 물질의 구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까지 이미 파악해 뒀다는 것이다.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것이 기존 초전도체 개념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연구일 수 있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검증에 6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하니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어쨌건 이러한 소식에 누리꾼들은 초전도체를 밈화했다. 예를 들면 귀엽거나 웃긴 고양이 사진 등을 업로드하고 이를 ‘초전도 고양이’라 부르는 식이다. 이런 게시물에는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귀여우니 초전도 고양이가 맞습니다”라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즉, 저항값이 없는 초전도체의 특성으로 농담하는 것이 초전도 밈인 것이다.

필자는 누리꾼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우리가 이토록 좋은 소식에 목말랐구나’ 하는 것이다. 초전도 밈은 LK-99의 초전도체 여부를 떠나 좋은 소식 자체를 반가워하며 ‘그 자체로 노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최근 우리의 현실이 암울하고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필자는 연민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둘째로 ‘그러면 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 밈이 한창 유행할 때는 혐오·갈라치기 유형 게시물의 유의미한 감소세가 나타났다. 즉, 사람들이 정말 나누고 싶었던 것은 증오의 소식이 아니라 희망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과연 부정적 의식의 전파자였는지, 화합과 희망의 전파자였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로 내적 자유에 대한 영감이 있었다. 초전도체가 인류사의 분기점이 될 만큼 중요한 물질이라면 이는 우리의 영적 여정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 요컨대 우리가 서로를 대할 때 초전도체처럼 저항 없이, 즉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만날 수 있다면 저항(선입견. 두려움 등)에서 비롯되는 손실과 발열(증오, 혐오, 계산 등)에서 벗어나 참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그런 ‘초전도 내면’에 이를 수 있을까. 이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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