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추석 ‘정치토론 주의보’

이수영 입력 2023. 9.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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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사람은 없어?' '취업은 했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친지들은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려면, 갈등과 불화를 각오해야 한다.

정치에 무관심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귀한 시간을 가족 간 정치 논쟁에 뺏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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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사람은 없어?’ ‘취업은 했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친지들은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궁금해서 건네는 말들이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여러 매체에선 이런 불편한 대화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모인 명절에 괜히 기분을 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윗세대로서는 난감하다. 요즘 젊은 층에는 ‘예쁘다’는 말조차 칭찬이 아닌 평가로 들린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냐고 되묻는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의 신조어도 물어보고, 여행과 음식에 대한 질문도 무난한 주제라고 추천한다.

그래도 안부를 묻는 말은 인사는 관심의 표현으로 여길 수 있다. 더 위험한 대화는 정치 이야기다. 가족이라도 정당과 진영에 대한 성향이 다르다면, 아예 주제로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온라인 알고리즘의 영향인지, 자신들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정보들이 개개인에게 편향적으로 제공된다. 진보든 보수든, 이미 한쪽 방향의 논리로 만들어진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성을 허물 수는 없다. 허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아니 불가능하다. 정치는 어느새 개개인에게 신념으로 내재화됐다. 논리를 넘어 정서적으로 체화한 상태다.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는 말을, 자신을 공격하는 표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상대 진영 인물의 인상과 말투, 목소리에까지 거부감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감스럽지만, 이런 상황이 지금의 한국 정치 문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려면, 갈등과 불화를 각오해야 한다. 정담을 나누기에도 아까운 명절 연휴다. 정치에 무관심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귀한 시간을 가족 간 정치 논쟁에 뺏길 수는 없다. 물론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는 질문도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조카나 손주에게 예뻐졌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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