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조롱’ 주일 대사에 SNS 입단속 나선 백악관
중 국방장관 실종설 등 제기
미국판 ‘전랑 외교관’ 비견
정상회담 위한 ‘중국 눈치’
미국 백악관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조롱’하는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잇달아 올린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사진)에게 ‘자제령’을 내렸다고 N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정부의 실세 정치인 출신인 이매뉴얼 대사는 최근 시 주석을 공개 저격하는 잇단 언사로 미국판 ‘전랑 외교관’에 비견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들은 이매뉴얼 대사의 참모들에게 “(대사의 발언이) 올가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포함해 중국과의 심각하게 경색된 관계를 개선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NBC는 전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8일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실종설’을 제기하면서 시 주석을 직격했다. 그는 “시 주석 내각은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닮아간다.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로켓군 사령관이 사라지더니 이제 리 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실업(실각)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까?”라고 적었다. 외교관이 주재국 정상을 직접 호명하며 조롱조의 언사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간주된다. NBC는 중국이 이에 분노했다고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12일에도 “시진핑 팀은 미국이 하와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고, 미군이 코로나19를 중국에 가져왔다고 비난하고, 후쿠시마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고 적었다. 또 중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취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앞장서서 비판하기도 했다.
이매뉴얼 대사 측은 백악관이 ‘자제령’을 내렸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대사의 발언들이 “이 건물(백악관) 내에서 나오는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다른 행정부 관계자도 해당 발언이 중국,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매뉴얼 대사의 ‘입단속’에 나선 것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관계 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회피)을 추구한다”며 중국과의 갈등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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