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극단선택 줄 잇는데 ‘순직 인정’ 15%
5년간 재해보상 신청 20건 중 3건…인사혁신처 ‘개인 사유’
경찰·소방관 50% 넘어…“같은 공무원인데 다른 잣대 적용”
20대 교사 A씨는 2020년 자택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급식 민원 및 만족도 조사 결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상태였다. 그러나 A씨의 순직 여부를 심사한 인사혁신처는 “급식 불만족에 관한 사실은 확인됐다”면서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죽음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인사혁신처는 “가정불화로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진술을 확인했다”며 A씨의 죽음이 개인적인 원인에 있다고 봤다.
40대 교사 B씨는 2019년 담임교사 업무 외에도 연구기획부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과로를 호소했다. 유족은 스트레스가 누적돼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재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적성에 맞지 않은 교사 생활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경찰 수사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20대 교사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사건 이후 업무 스트레스와 악성민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들의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에서 보듯 교육공무원의 사망은 좀처럼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1일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교육공무원 자살 관련 재해보상 심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교육공무원의 자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로 ‘가족문제’나 ‘가정불화’ 등이 주로 등장한다.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자살 교육공무원에 대해 재해보상이 신청된 건수는 총 20건이었다. 이 중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돼 재해보상을 인정받은 사례는 3건(15.0%)에 불과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2021년 부산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직위해제된 뒤 투신한 교사도 개인의 우울증을 이유로 순직 인정이 거절됐다”며 “아동학대 신고나 학생 지도 과정에서 있던 어려움 등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던 여러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육공무원의 순직이 인정되는 비율은 여타 공무원 직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최근 5년간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에 따르면 자살 소방공무원은 재해보상을 신청한 24건 중 13건(54.2%), 경찰은 19건 중 11건(57.9%)이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다. 재해보상 신청 건수는 같은 기간 교육공무원의 신청 수와 비슷하지만 이들 직종의 순직 인정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64건이 신청돼 19건(29.7%)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순직 신청 교사 유족 등을 대리하고 있는 박상수 변호사는 “소방·경찰 공무원은 화재 현장이나 범죄자 대면 상황 등의 위험성을 고려해 극단적 선택과 업무 연관성을 인정해주는 편이지만 교사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면서 “선생님들에게 무한한 책임을 주면서도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 상황 때문에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 것인데 그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온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강은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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