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 예상보다 좋다”는 연준, ‘고금리 장기화’ 카드 꺼냈다
성장률 전망 2.1%로 대폭 상향
미 경제 ‘연착륙’ 기대감 높여
내년 말 금리 수준도 5.1%로 ↑
연내 0.25%P 추가 인상 시사
일각선 “역성장 가능성 남아”
연준 낙관에도 경기 둔화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길게 끌고 가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크게 올려잡았다. 또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지난 6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높여 제시했는데, 이는 내년도 금리 인하 폭이 지난 전망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어서 연준의 긴축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지난 6월에는 금리를 동결했고, 직전 회의인 지난 7월에는 다시 0.25%포인트 올리며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위원) 만장일치였다”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참석자들이 7명, 한 차례 인상을 전망한 참석자들은 12명이었다”고 밝혔다.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통해 긴축 의지를 강화했다. 이날 시장에 충격을 준 연준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인데, ‘예상보다 미국 경기가 좋다는 점’과 ‘내년에 금리를 기대보다 조금만 내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전망 당시 1.0%에서 이번에 2.1%로 대폭 올려잡았다. 미국의 경기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착륙’ 기대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또 연준이 기준으로 삼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0.1%포인트 올려잡아 3.3%를 제시했고, 실업률은 종전 4.1%에서 3.8%로 낮췄다. 또 FOMC 위원들이 전망하는 금리의 중간값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은 지난 6월과 같은 5.6%로,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은 지난 6월 4.6%에서 이번에 5.1%로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연내에 한 차례 0.25%포인트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며, 내년 한 해 금리 인하 폭은 0.5%포인트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결국 이날 연준이 내놓은 전망은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금과 같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현재의 고금리를 더 길게 끌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개월의 긍정적인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지표와 고용 지표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확인해야 하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기준금리 전망이 높아진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연착륙 달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연착륙 달성을 위해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지금은 불확실성이 상당하므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회의가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 부담, 초과저축 고갈에 따른 수요 여력 축소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예상하나 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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