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 허용’ 법사위 통과…임신중지권 보장은 언제쯤?

천호성 2023. 9. 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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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신원을 감추고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미신고 출생 아동이 학대 등 사각지대 놓이는 것을 막을 것이란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위기 임신부나 미혼 부모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고 안전한 임신중지(낙태)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제도 도입이 자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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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아동]

게티이미지뱅크

산모가 신원을 감추고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미신고 출생 아동이 학대 등 사각지대 놓이는 것을 막을 것이란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위기 임신부나 미혼 부모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고 안전한 임신중지(낙태)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제도 도입이 자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임신부는 지역상담기관에서 상담을 거쳐 의료기관에서 익명 출산할 수 있다. 병원에선 산모 신원이 식별되지 않도록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야 한다. 익명 출산한 부모가 자녀 양육을 원치 않으면 출산일로부터 7일간 숙려기간 뒤 지방자치단체나 상담기관에 아동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친권 행사는 정지된다. 성년이 된 자녀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친부모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데, 친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이름 등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친부모 동의 없이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는 ‘자녀가 유전병 치료처럼 의료 목적으로 정보를 청구했으나 친부모가 이미 사망해 동의 여부를 알 수 없는 때’ 등으로 제한된다.

앞서 당정은 출생신고가 안 된 채 학대 위험에 처한 아동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보호출산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자녀의 친부모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익명 출산 허용에 앞서 미혼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도록 지원 강화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미혼 부모 지원을 비롯해 위기 임신·출산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임신중지 선택권조차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은 원 가정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모든 임신·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지만 4년여가 지나도록 국회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법 개정을 미루고 있다. 다만 이날 국회 본회의가 조기 산회하면서, 본회의 통과는 일단 미뤄지게 됐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병원·약국이 실손보험 가입자 요청에 따라 보험금 청구 필요 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하게끔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지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종이 서류를 떼어 이메일·우편·팩스 등으로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거나 청구 기한(3년)이 지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들이 많았다는 게 법안을 발의한 정치권 주장이다.

다만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계 일각에서는 실손보험 청구가 늘어 가입자들의 병원 방문이 잦아지고, 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환자 진료·건강 정보가 보험사에 쌓이면서 다른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민간 보험사가 집적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할 발판을 만들어주는 보험사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며 “국민 권익을 보장해야 할 국회가 보험사를 배 불리는 정책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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