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사우디 관계 정상화 대가로 민간 핵프로그램 지원 논의"-WSJ

사우디에 미국이 운영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 설립 지원
"중동 역내 안보 환경 불안정해지는 계기 될 수 있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3.9.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사우디에 민간 핵프로그램 개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조건으로 미국이 운영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 설립에 하는 방안에 대해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조용히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의 핵·안보 전문가들에게 해당 방안에 대해 미국 협상단과 협력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지원한다면 처음부터 중동의 핵확산에 반대해 온 이스라엘과 이란의 농축에 반대하는 데 경력을 바쳐온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급격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48년 건국 이후부터 핵 개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다른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추진은 미국의 중재로 진행 중인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가 관리들에게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시설 설립 방안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은 이스라엘이 어느 정도 협상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6월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자리에 앉아있다. 2023.06.07/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의 자체 핵 프로그램 구축 추진에 대응하려는 방안으로 미국이 운영하는 우라늄 농축 시스템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은 다른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안에는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를 계기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핵 문제에 대해 우리는 처음부터 완전히 무엇을 할 수 없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의 모든 농축 프로그램에 많은 안전장치를 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회의 후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사우디 또는 다른 누구와도 민간 핵 협력과 관련하여 수행되는 모든 것은 엄격한 미국의 비확산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부에서는 사우디의 민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곧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할 경우 자국이 핵무기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지난달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역내 핵무기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도 역시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 두보위츠 대표는 사우디에 강경파 지도자가 들어서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장악할 가능성을 미국이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