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디지포레 이현진 책임 “메타버스 속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권명관 2023. 9. 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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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人’은 디지포레 개발팀의 이현진 책임연구원(이하 이 책임)입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디지포레는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제조와 의료, 협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입니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관련 특허를 출원/등록했으며, 정부 산하 기관 및 대기업 등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발 역량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현진 디지포레 개발팀 책임연구원 / 출처=IT동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구현, 메타버스 안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거나 필요한 정보를 마치 실제처럼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데요. ‘Dr.Meta’, ‘XR Auto Studio’, ‘XR Maker Studio’, ‘RealConnect+’, ‘XR Event Studio’ 등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3D 콘텐츠 디자이너로 처음 디지포레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현재 아트팀과 기획팀, 프로그램팀 등과 협업하며 3D 콘텐츠 외에 UI(사용자 인터페이스), UX (사용자경험) 관련 업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현진 디지포레 개발팀 책임연구원 / 출처=IT동아

저는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이고, 개발자입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이 책임은 디자이너이자 개발자, 그리고 기획자로 여러 프로젝트 중이라고 들었다. 흔히 디자이너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은 게임 내 캐릭터나 홈페이지의 디자인 등을 만드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모습을 떠올린다. 태블릿PC를 이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그리는 모습이 먼저 생각나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이 책임: 하하. 음… 딱히 어느 한 팀에만 소속해 관련 업무만 담당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웃음). 디지포레 개발팀은 크게 3개로 나뉜다. 기획팀과 아트팀, 그리고 프로그램팀인데, 개발팀 하나로 묶여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각각 팀을 나눠 담당하는 일이 다를 것 같지만, 구성원들이 계속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통의 목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완성해 나가는데 있다. 때문에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이고, 기획자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에)

자, 메타버스 속에 회의실을 구축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회의실을 만드는 일이다. 바닥을 만들고, 기둥을 세우고, 천장을 만들어야 회의실 공간을 완성한다. 그리고 회의실 안에 필요한 의자와 책상, 벽면 장식 등도 만들어야 한다. 조명도 필수다. 그리고 사람들이 접속해 움직이는 아바타도 준비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이 들어가지만… 대략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만 이 정도다.

디지포레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설명하고 있는 이현진 책임연구원 / 출처=IT동아

이 때 디자이너는 사람이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만든다. 바닥, 벽면, 천장, 조명, 의자, 책상, 아바타… 모든 것, 3D 콘텐츠다. 그리고 개발자가 이렇게 만든 3D 콘텐츠를 앱이나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기획자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내용을 조율한다. 회의실 하나 구성하는데만 각 팀의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의자만 그려 만드는 작업만 담당할까? 개발자는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를 프로그램에 구현하고? 아니다. 전체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 경험을 쌓을수록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이고, 개발자이자 기획자 이며, 기획자이자 디자이너다.

디지포레가 개발한 의료용 메타버스 플랫폼 ‘닥터메타(Dr.Meta)’를 이용한 다학제 컨퍼런스 시연 / 출처=디지포레

IT동아: 흔히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거나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인가.

이 책임: 아니다. 인원이 적어서도 아니다. 100명~200명 이상 대규모 인력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여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와 기획자, 개발자가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마치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료를 찾아야 하고, 찾은 재료를 다듬은 뒤, 볶거나 튀기는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나. 그저 재료만 썰어서 접시에 담아내면 그걸 완성된 요리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요리를 만들지 정해야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채를 썰지, 껍질을 벗길지, 어떤 것은 끊이고 어떤 것은 볶을지 등등… 수많은 과정에 각각 필요한 일을 담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IT동아: 개발자라고 하면 프로그램을 다루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웃음).

디지포레 개발팀 회의 모습 / 출처=디지포레

이 책임: 하하. 주변에서 간혹 “너는 무슨 일을 하냐?”라고 물어보면 멈칫할 때가 많다. ‘하는 일이 뭐지?’라고 스스로 떠올리며 설명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어떨 때는 디자이너 같고, 어떨 때는 개발자 같다. 간혹 회의에 참여하며 얘기할 때는 기획자 같을 때도 있고… 사실 모두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협업하며 완성하는 메타버스, 현실 속 협업에 도움을 줍니다

IT동아: 최근에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무엇이었는지.

이 책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전 세계 산업 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 참여하기 위한 프로젝트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경진대회를 열 수 있도록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우선 떠오른다.

경진대회 프로젝트는 발표자가 인공지능 관련 분석 데이터를 화면에 띄우고, 심사위원이 발표자의 내용을 들으며 심사하는, 메타버스 속에 가상 무대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대학생이 HMD를 쓰고 메타버스 속 가상 무대에 아바타로 접속해 발표하면, 카메라로 촬영하는 심사위원이 맞은편 등장해 발표내용을 듣는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 것 아닌 프로젝트같지만, 정말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메타버스 가상공간 속에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발표자와 심사위원이 어떻게 메타버스 무대에 접속할지 결정하고, HMD와 PC 등을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현진 책임연구원이 메타버스 3D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 / 출처=IT동아

IT동아: 단순하게 메타버스 가상공간이라고 말하지만… 무대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일 아닌가.

이 책임: 맞다. 대학생이 HMD를 쓰고 메타버스 무대에 접속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웃음). 그 안의 공간을 완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3D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하고, 마야 블렌더, 유니티 등을 활용해 직접 무대를 디자인해 만들었다. 무대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한 재료 손질이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잘 다루는 3D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료를 준비한 뒤, 3D 엔진이라는 냄비에 담아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IT동아: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CG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 책임: 일반적으로 그렇게 이해해도 된다(웃음). 실제로 아무 것도 없는 녹색 스크린 앞에서 배우가 연기하지만, 완성된 작품 속에는 배우가 우주선에서 역동적인 액션을 펼치고 있지 않나. 가끔 친구들이 “영화 만드는 일 하는거야?”라고 묻기도 한다(웃음).

메타버스 속 가상공간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가상공간에 HMD나 PC로 접속해 실시간으로 아바타가 되어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로 참여하는 셈이다. 모두가 모여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

기술을 시연하고 있는 이현진 디지포레 개발팀 책임연구원 / 출처=디지포레

디지포레가 개발하고 있는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도 이러한 특징을 담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 중 ‘XR Auto Studio’를 얘기하고 싶다. 제조 현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외형을 디자인하고, 내부 부품을 설계해 만들고 조립한 뒤, 잘 움직이는지 테스트해야 한다. 새로운 자동차 1대를 개발하기 위해서 떨어져 있는 여러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여러 작업을 거쳐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같은 것을 보고 만지며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XR Auto Studio는 이를 가능케 한다. 메타버스 가상공간 안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띄우고, 포항에 있는 엔지니어와 서울에 있는 디자이너가 만나 대화를 나눈다.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에서 개발 중인 자동차와 똑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말이다. 현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자동차를 돌려가며 볼 수도 있고… 소통해야 하는 협업 과정을 메타버스에서 더 쉽게 할 수 있다.

XR Auto Studio 활용 사례 / 출처=디지포레

산업용 메타버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어떻게 디지포레 개발팀 들어 온 것인지 궁금하다.

이 책임: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회사가 디지포레다.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는데, 건축을 공부하는 과정에도 3D 콘텐츠를 만든다. 건축가가 완성하고자 하는 집이나 빌딩과 같은 건축물을 실제처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건축을 통해서 3D 콘텐츠를 접했고, 그 인연으로 디지포레에 들어 온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웃음).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다. 책은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담고 있지 않나. 그런데 현장은 책 속 내용보다 더 빠르게 변화한다. 책을 만드는 시간동안 기술이 뒤처지는 셈이다. 3D 제작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기본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 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현장에서 배우며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동국대학교에서 XRAutoStudio와 XRMakerStudio를 시연하고 있는 이현진 책임연구원 / 출처=디지포레

IT동아: 어렵다. 일하기 위해 책을 보며 공부했는데, 일하면서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임: 매일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PC를 키고 ‘마야(Maya)’, ‘포토샵’, ‘블렌더’ 등 3D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그리고 제작한 3D 콘텐츠를 실행시킬 수 있는 ‘유니티’도 필수다. 어제는 출근해서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하기 위한 무대, 콘서트 홀을 만드는 작업에서 조명을 손보고 있었다. 발표자가 메타버스 속 콘서트 홀에 등장하면 무대 조명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 중이다.

카이스트에서 DesignFactory를 시연하고 있는 이현진 책임연구원 / 출처=디지포레

이건 일주일짜리 프로젝트다. 조명 작업을 마무리하고 난 뒤에는 최적화 과정도 필요하다. 너무 많은 데이터를 담아 HMD나 PC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지 않나.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사용자 모두가 최고급 사양의 PC와 HMD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VR은 오큘러스 퀘스트, AR은 갤럭시탭6 정도의 안드로이드 기기, MR은 홀로렌즈 성능 정도에 맞춰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완성한 결과물을 다양한 기기에서 잘 실행되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작업을 매일 반복하며 도전하고 있다.

IT동아: 업무량이 많을 것 같은데.

이 책임: 업무량은 항상 많(웃음). 다만,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다. 디지포레는 아직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옆자리에 누가 앉아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개발팀 안에서 디자이너와 기획자, 개발자가 수시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있다.

지난 2023 하노버 메세에서 디지포레 산업용 메타버스를 소개하고 있는 이현진 책임연구원 / 출처=디지포레

스스로 많은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노버 메세처럼 국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산업박람회에 프로젝트를 만들어 참여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과 정부기관과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한 프로젝트를 여러 업계 전문가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스타트업이라고, 작은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겪고 있다. 디지포레는 메타버스라는 커다란 과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메타버스를 필요로 하는 산업 분야에 필요한 제품, 서비스, 솔루션을 하나씩 개발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디지포레의 도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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