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 ‘탄소포집’, 무르익는 글로벌 시장[K비즈니스 가이드]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중국의 탄소포집(CCUS) 산업 발전 가속화(2022.09.14, KOTRA)미 에너지부, 텍사스루〮이지애나주 DAC 허브에 12억 달러 지원(2023.09.01, KOTRA) 등
요약: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음. 특히 핵심 기술인 탄소포집과 관련, 효율성이 우수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친환경성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DAC(Direct Air Capture)의 두 가지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
[IT동아 김영우 기자] ‘탄소중립’은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이를 제거하여 결과적으로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몇 년 전 까지만 탄소중립은 매우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정도의 캠페인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렇게 특정 원인을 지목하며 실천을 강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0년을 전후해 각국 정부에서 앞다투어 탄소중립을 내걸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인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죠. 대한민국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2020년 7월 기획재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것을 비롯, 2021년 5월에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같은 해 9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2022년 3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의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이죠.
그 외에 미국이나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의 다양한 국가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선언과 더불어,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엔 역시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의무 제출,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대상 지원 확대, 2040년까지 석탄 사용 단계적 축소를 비롯한 다양한 과제를 각국에 제시하고 있지요,
이렇게 탄소중립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여기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탄소중립 관련 시장 역시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탄소중립은 한때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감축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나, 곧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2020년 9월에 국제에너지기구에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포집’이 필수라고 발표했습니다.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모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다만, 대기의 성분 중에 이산화탄소만 분리하고, 모으고, 제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상당히 높은 기술력까지 요구됩니다. 심지어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는 2021년 4월, 가장 우수한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한 이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대회를 연다고 발표했죠. 대회 기간은 2025년 4월 까지이며, 총 상금 규모는 무려 1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만큼 이 사안의 중요성, 그리고 시장성까지 크게 봤다는 의미죠.
효율성, 상업성 면에서 더 유리한 탄소포집 ‘CCUS’
현재 국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탄소포집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번째가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즉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 구역(공업지대, 발전소 등)에서 집중적으로 탄소포집을 한다는 의미죠. 이는 설치 위치를 비교적 쉽게 정할 수 있는데다 포집의 효율성 역시 높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근처의 공장 등에서 원료나 연료 등으로 처리해 다시 활용하기도 비교적 쉽기 때문에 비용의 이득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CCUS는 세계 각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탄소포집 방법론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은 이산화탄소의 분리회수 관련 특허 건수가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 도시바, IHI, 미쓰비시-히타치 파워시스템즈 등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특허 보유 건수 2, 3, 9, 17위를 기록하고 있죠. 특히 미쓰비시 중공업은 탄소의 분리회수 시장에서 단일 기업으로서는 가장 높은 전 세계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의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9년에 일본 자원 에너지청에서 발표한 ‘카본 리사이클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재활용을 통한 폴리카보네이트, 액체 바이오 연료, 탄소 흡수 콘크리트 제품 및 보도 블록 등을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하며, 2050년 이후부터는 기술의 저비용화 및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동남아시아 곳곳의 오래된 유전, 고갈된 유전 근방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CCUS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 6월에는 아시아 전역의 CCUS 활용을 위한 협력 플랫폼을 만들 것을 제안,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호주, 미국, 일본 등이 참여한 ‘아시아 CCUS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CCUS 시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은 전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산업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 역시 높지만, 이를 단시간에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정부 역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목표 시기는 서방 선진국보다 10년 정도 늦은 2060년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CCUS 시장의 성장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2021년 10월, 중국 국무원은 ‘2023년 전 탄소피크 행동방안’을 발표하며 CCUS를 주요 국가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2025년 중국의 이산화탄소포집 기술 이용 및 저장량은 연간 2000만톤, 생산액은 39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2050년에는 총 생산액이 5700억 위안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질적인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화룬 전력그룹이 광둥성 선전에 연간 포집량이 2만 톤인 CCUS 테스트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발전소, 시멘트, 철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포집을 시뮬레이션해서 성과를 냈죠.
그리고 2022년 8월 중국 CSSC 그룹의 자회사인 DSIC와 COSCO 에너지 운송사는 탄소포집 및 저장 시스템을 위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공동 개발했으며, 같은 시기에 중국 최초의 100만 톤 CCUS 프로젝트(지루석화–셩리유전 100만 톤 CCUS-EOR 프로젝트)가 공식 가동되었습니다. 이는 중국 CCUS 산업이 발전 단계를 거쳐 상업화 운영에 진입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죠.
친환경성 더 높고 설치 용이한 탄소포집 ‘DAC’
이렇게 CCUS 기반의 시장이 한창 본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탄소포집 방법론이 있습니다. 바로 ‘DAC(Direct Air Capture)’죠. 이는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기존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것입니다. 산업시설이나 발전소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집중되는 지역에 설치하는 CCUS와 달리, DAC는 다양한 장소에 구현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구축이 비교적 자유롭고 기후복원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다만, DAC는 CCUS에 비해 이상화탄소 농도가 낮은 장소에 설치하기 때문에 포집효율이 낮은 편입니다. 이는 그만큼 투자 비용대비 상업성 역시 떨어진다는 의미죠.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가 높으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필수입니다.
DAC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미국입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투자법(the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 Act)’을 통해 지원되는 탄소중립 관련 지원액은 약 190억 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탄소포집 관련 지원금 중 약 58%가 DAC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라는 것이 눈에 띕니다.
미국에너지부에서 발표한 2022년 정책은 한층 구체적입니다. 미국에 4군데의 DAC 허브를 건설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약 35억 달러를 들여 연구 지원과 설계, 그리고 건설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DA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 논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DAC 시설 하나의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3500여명에 달하며, 건설 과정을 통해 주변 산업을 통틀어 약 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DAC 시설의 운영 및 건설을 통해 공급 자재 시장이 확대되어 현재 640억 달러 수준인 DAC 관련 시장의 규모가 2050년에는 259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지요.
그리고 지난 8월 11일, 미국 에너지부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두 곳의 DAC 허브 프로젝트에 12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DAC 허브의 가동을 통해 휘발유 자동차 약 46만 대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힘껏 달리고 있으며, 그 핵심인 탄소포집 관련 시장 역시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포집 효율이 높고 상업적 가치도 크지만 시설 설치에 제약이 많은 CCUS, 상업성이 낮은 대신 환경개선 효과가 크고 상대적으로 구축 장소 선정이 쉬운 DAC, 이렇게 두가지 방법론이 주류를 이루는 것에 주목할 만합니다.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각 방법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을 선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있는 ESG(친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개선) 경영에 있어 탄소중립은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그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KOTRA에서 제공하는 ‘해외시장뉴스’, ‘해외경제 정보 Dream’ 등의 콘텐츠를 통해 각국의 정책 및 산업 트렌드, 그리고 유망 비즈니스 분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비롯한 ESG 관련 데이터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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