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개방의 선두에 서다
(지디넷코리아=김우용 기자)[라스베이거스(미국)=김우용 기자] "모든 클라우드는 개방돼야 하고 상호 연결돼야 한다."
오라클 클라우드월드2023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 래리 엘리슨 회장의 발언이다. 그의 이 말은 올해 오라클 연례 행사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오라클은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와 멀티클라우드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라클 엑사데이터 하드웨어를 애저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리얼애플리케이션클러스터(RAC)를 '오라클데이터베이스@애저'란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간 데이터센터를 상호 연결하는 '인터커넥트'의 확장된 협력안이다.
오라클은 한주뒤 열린 '오라클 클라우드월드2023'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클레이 마고요크 오라클 OCI 총괄부사장은 행사 2일차 기조연설에서 "고객사와 얘기나누는 공통점이 멀티 클라우드이며, 오라클의 전략은 다른 클라우드와 호환성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고요크 총괄부사장은 "4년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인터커넥트로 네트워크 계층의 상호 호환성을 보장한 이후 고객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아왔다"며 "현재까지 애저 인터커넥트 고객은 400개사를 넘었고, 고객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협력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오피스365, 다이나믹스365 등을 사용하면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나 엑사데이터, OCI를 함께 사용해온 기업이나 조직은 밀리초에 불과한 대기시간으로 두 서비스를 혼합해 이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분석 환경은 마이크로소프트 것을,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DB와 엑사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 AI 기능을 이용하려는 기업이 오라클 엑사데이터 내 데이터에 고성능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마고요크 부사장 소개로 무대에 등장한 저슨 알소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사들이 AI 이야기를 많이 하고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면서, 데이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AI 투자가 무용지물될 것이라 얘기한다"며 "오라클 엑사데이터와 자율운영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애저에 바로 가져올 수 있다면 고객의 전진을 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저 포털에 들어가서 오라클 엑사데이터를 고를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약정을 갖고 있다면, 오라클 DB를 바로 연결해서 레이턴시 없이 쓸 수 있다"며 "12개 지역에서 시작했으나 성장을 계속 할 것이고, 생성 AI와 코파일럿이 오라클 DB와 연결되고 파워BI와 오라클 DB를 연결해 더 나은 경험을 구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 연결되는 것뿐 아니라 멀티클라우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오라클의 마이SQL 히트웨이브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과, 히트웨이브 레이크하우스도 AWS 환경에서 구동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 예다.
에드워드 스크레븐 오라클 최고기업아키텍트는 오라클클라우드월드2023 기조연설에서 "마이SQL 히트웨이브는 파일을 AWS에서 생성해도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그곳에서 바로 데이터를 구동한다"며 "애저에서도 히트웨이브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기자단을 대상으로 별도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카란 바타 오라클 OCI 제품 총괄부사장은 "OCI를 다른 클라우드와 상호 운용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멀티 클라우드는 언제 할 것이냐의 문제지 하느냐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객은 언제나 멀티클라우드를 요구해왔고, 시장 모멘텀을 보면 모든 클라우드의 연결은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의 협력은 세계 IT 역사에서 엄청난 반전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앙숙 관계로 유명했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점하던 PC 시장을 네트워크컴퓨터로 공략하기도 했었고,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에서 가장 열정적인 고발자였다. 그러던 그가 파트너십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방문한 것이다.
래리 엘리슨은 14일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함께 대담을 나누며 "레드먼드에 오기까지 45년 걸렸다"며 웃었다.
오라클의 멀티클라우드 전략은 분산형 클라우드란 비전과 연결된다. 오라클은 작년 클라우드월드2022 행사에서 OCI와 동일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파트너사에게 제공해 파트너사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게 하는 '알로이'를 공개했었다. 오라클 알로이는 강력한 규제 때문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금융, 공공 등의 산업군에 OCI를 공급하는 전략이다. 올해 행사에서 오라클은 노무라리서치인스티튜트(NRI)가 일본의 첫 알로이 파트너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오라클은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OCI에서 배포할 수 있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오라클이 십수년간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의 다운스트림 배포판인 '오라클 언브레이커블 리눅스'로 레드햇의 핵심사업을 괴롭혀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또 하나의 놀라운 변신이다. 게다가 레드햇의 현 소유주가 오라클의 오랜 경쟁사였던 IBM이다.
레드햇이 오라클을 RHEL의 공식 클라우드서비스프로바이더(CSP)로 인증한게 일년도 되지 않았다. 오라클의 OCI에서 RHEL을 공식지원 하에서 사용하게 된 것도 올해 2월부터다.
OCI 기반 레드햇 오픈시프트는 OCI 컴퓨트 가상머신과 베어메탈 인스턴스에서 레드햇 오픈시프트플랫폼플러스, 레드햇 오픈시프트 컨테이너플랫폼, 레드햇 오픈시프트 쿠버네티스 엔진 등의 인증된 구성을 사용해 고객 관리 설치를 지원한다. 고객은 오라클과 레드햇 모두에서 테스트, 인증, 지원을 받았다는 확신을 갖고 OCI에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클라우드월드2023은 과거 '오라클 오픈월드'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하고, 기술과 제품을 자랑하며, 경쟁사를 깍아내리고 조롱하던 오라클의 모습은 사라졌다. 행사장은 여러가지 색상을 자연스레 배치했고, 래리 엘리슨 회장의 기조연설은 자랑과 조롱 대신 진지한 전망과 비전 제시로 채워졌다. 사프라 캣츠 오라클 CEO는 자신의 기조연설을 무대에 초청한 고객사 다섯곳의 발언을 듣는데 대부분 할애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다섯개의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여러 OCI 고객사와, 행사장 곳곳에서 만난 고객들은 "오라클은 고객 중심 회사란 걸 절감한다"라며 "오라클 팀이 우리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해결하려 진심으로 노력해서 마치 우리 회사 직원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추켜세웠다.
김우용 기자(yong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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