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문화재에 막혀 고밀개발 중단은 안돼"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9.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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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 에지 전망대에서 제프 브라우 릴레이티드 대표 설명을 듣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놓고 그걸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게 과연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 지역에 있는 혁신 건축물 '원 밴더빌트'를 방문해 문화재 규제에 대해 이 같은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인 원 밴더빌트는 2020년 93층(427m) 높이로 지어졌다. 이 건물은 1913년 개관해 110년 동안 자리한 세계 최대 기차역인 그랜드센트럴 터미널과 불과 30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원 밴더빌트를 설계한 KPF 대표인 제임스 폰 클렘퍼러는 "그랜드센트럴이 굉장히 역사적인 건물이다. 그래서 (뉴욕시가) 새 건물이 어떤 식으로든 존경을 표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KPF는 그랜드센트럴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건물 외벽 아랫부분을 치마를 들듯 살짝 올린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감을 키웠다. 그랜드센트럴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라믹 재질을 건축에 활용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원 밴더빌트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만나 "뉴욕 개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건 배워야 한다"며 "이렇게 지으면서도 그랜드센트럴을 얼마든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같으면 100년이 넘은 그랜드센트럴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옆에 건물이 못 들어간다"며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 제가 제일 좌절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역사적인 유적에서 나무 높이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 꼭 거리를 엄청나게 띄워야 한다는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놨다"며 "그걸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게 과연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정말 한번 깊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표하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혜안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그간 3대 도심 중 하나인 서울이 계속 낙후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거듭 밝혀왔다.

아예 지난 8월에는 서울 도심 활성화 전략 구상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어떻게 하면 문화재를 돋보이게 보존하는 동시에 서울 도심 기능을 고도화시킬지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서울 도심에 여러 궁궐과 사대문, 종묘, 탑골공원이 몰려 있어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정비사업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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