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이스라엘·사우디 중재자 자처한 바이든
中, 중동 영향력 확대에 견제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집권한 지 9개월 만에 그와 정상회담을 하고 이란 핵 개발 문제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외교 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했다. 양국 간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인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 문제보다 중동 내 영향력 유지가 우선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 인근 한 호텔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이란의 핵 농축 프로그램 저지,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전에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이견이 있을 때도 이스라엘에 대한 내 약속은 철통같다"며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연말까지 워싱턴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며 "이 평화는 오래 유지되면서 이슬람권과 유대국가의 화해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9개월 만에 성사됐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이후 대법원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하는 사법개혁안을 추진하자 그와의 만남을 보류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등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통적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긴요해진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회담이 끝난 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촉진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울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이 양국 관계 악화의 불씨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 틀에 대한 합의가 내년 초에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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