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정중독 탈출은 미래세대 위한 소명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과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하고 이를 9월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제 국회 심의·의결 절차만이 남았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의 증가율로 총지출 증가를 억제한 게 큰 특징이다.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 체질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약자 복지, 미래 준비, 양질의 일자리, 국방·안전·법치의 4개를 중점 사업 분야로 설정하고,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해내겠다는 선언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총선을 앞둔 상황이기에 예산안 심의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합리적인 국회 토론 과정을 위해 주요 쟁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총지출을 합리적으로 통제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존 예산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 예산 방침으로 지출 규모를 산정했다. 특히 방만하게 사용되거나 유사 중복·집행 부진·성과 미흡 등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지출을 통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정 수급과 부당 사용 사례도 적발해 발표했다. 사업의 효율성과 예산 적절성, 그리고 관리 부실 여부를 기준으로 재정 지출을 통제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 재정 지출을 더 줄일 수 있느냐도 주요 쟁점으로 토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준칙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정 건전성의 필요 조건인 재정 준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정부의 재정 통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재정 준칙을 지키지 못한 것은 급증한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이 정부 예산을 삭감하지 못한다면 이 재정 준칙 미준수와 같은 비판은 곧 야당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재정 준칙을 지키느냐의 문제는 이제 야당에 달려 있다.
셋째,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거꾸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논점이 될 수 있다. 정부 지출은 2017년 410조1000억원에서 2023년 638조7000억원으로 228조6000억원 증가,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 660조2000억원에서 1134조8000억원으로 47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가채무를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시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을 지출했지만 경제 성장률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 총수요를 관리하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넷째, 분야별 구조조정의 적절성에 관한 쟁점 역시 남아 있다. 치열한 논쟁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예산안은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각종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일자리 성장 동력에 투자를 집중하면서도, 성과가 미흡한 곳에서는 지출을 조정했다.
건전한 재정은 경제를 살린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지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법 개정을 통해 불필요한 법정 의무 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정부 만들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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