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지연된 정의'는 시스템 문제
후원금 횡령 혐의로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수사를 받아온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횡령액과 유죄 판단 혐의가 늘어나면서 형량이 되레 증가했지만, 윤 의원은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를 예고했다. 상고심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 18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으로, 국회의원 임기 4년의 83%를 채운 시점이었다.
이보다 앞서 11일에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결심 공판이 있었다. 2020년 1월 기소된 후 3년9개월 만이다. 그사이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마쳤다. 오는 11월 29일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는데, 항소와 상고 등 절차를 밟으면 덩달아 함께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 역시 무난하게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울 것으로 보인다.
2년 안에 1·2심 결론이 나지 않는 재판이 2017년 3000건 수준에서 지난해 5000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재판부 교체와 법관 수 부족, 심도 있는 심리, 제도의 변화 등 사법부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유는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론을 의식하는 정치권에서는 대번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오래된 법언이 튀어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사법부 내부에 있다. 한 판사 출신 법조인은 "괜스레 후배들을 독려해봤자 욕만 먹는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승진 제도도 사라졌는데 굳이 왜 논란을 자초하겠느냐"고 했다. 특정인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로 비친다.
어떤 법관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하필 9월에 공교로운 일이 우연히 연속적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실체적 진실과 정의를 찾아 경주(傾注)해야 하는 사법부에서 '공교롭다'는 표현은 사뭇 생경하다. 마침 공교롭게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22일 퇴임식을 한다.
[전형민 사회부 기자] brom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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