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반도체·배터리·신약 활용전략 짜야"
2028년까지 충북 오창에 구축
기초지원연 국회서 포럼 개최
전문가들 "지금부터 준비해야"
'거대한 빛공장'으로 불리는 방사광가속기가 과학기술과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을 위한 연구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신약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글로벌 기술패권 확보를 위한 기반시설로 존재감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8년 시운전을 시작하는 충북 오창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구축과 병행해 활용과 산업계 지원, 운영인력 확보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21일 서울 국회에서 개최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방안 포럼'에서 가속기 분야 전문가들은 충북 오창에 건설 중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태양 빛 밝기의 100억배에 달하는 방사광을 만드는 연구시설로, 800m의 원형 방사광가속기 1기와 10개의 빔라인으로 구성된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1조454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시설로, 충북 오창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에 2028년 완공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총 53기의 방사광가속기가 구축·운영되면서 산업계의 수요를 소화하고 있다.
고인수 다목적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은 "주관연구기관인 기초지원연과 공동연구개발기관인 포항가속기연구소가 공동으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다"며 "가속기의 핵심인 가속장치와 빔라인에 대한 상세설계를 올해까지 마치고, 장치 입고 및 구축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운영되는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100배 이상 밝은 방사광을 만들어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구축된다. 특히 급증하는 산업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에 설치되는 10기의 빔라인 중 3기는 바이오 신약, 소재 구조분석, 나노 등 산업체를 위한 몫으로 지어진다.
양성광 기초지원연 원장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방사광가속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기초과학 연구와 신기술 개발 등 학문적 목적으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산업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바이러스 단백질 결합구조 분석, 보잉 787의 '엔진 블레이드', 닳지 않는 고성능 타이어 등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개발됐다. 대만 TSMC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방사광가속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협력업체들과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계 수요에 기반한 설계, 우수한 빔 생성, 가속기 운영인력 등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찬용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와 달리 고휘도, 빔크기, 결맞음 측정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녀 밝고 작은 크기의 빔을 생성할 수 있다"며 "우수한 빔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과학기술·산업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헌 포항가속기연구소 연구단장은 "2028년 완공 예정이지만 가속기 건설과 함께 활용 확대와 인력확보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운영인력 양성과 확보가 중요하다. 과기정통부, 충북도, 기초지원연 등 정부, 지자체, 주관기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희 LG에너지솔루션 분석센터장은 "지금도 가속기를 활용하려면 빔라인을 얻지 못해 기다리는 경우가 잦고, 실험 후 분석 결과를 얻는데도 오래 걸린다"며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산업계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설계·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짚었다. 이어 "산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마련되면 기업들이 보다 신속하게 원하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수 단장은 "해외에서는 산업체가 방사광가속기에 직접 투자해 투자한 대가로 빔라인을 활용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모든 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보다 민간 참여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물질 구조분석과 동적현상을 실시간 관측하는 3세대 원형,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두고 있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성자를 생산하는 양성자가속기를 운영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희귀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중이온가속기, 서울대병원은 암치료 등 의학분야에 활용하는 중입자가속기를 구축 중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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