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여기 어때? 숨겨진 제주 가을 탐방길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알립니다. 가을만큼 걷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칼럼은 청명한 가을을 맞아 멋스러운 경치가 매력적인 제주의 숨겨진 탐방길을 소개할까 하는데요. 제주 시내와 가까운 아라동으로 떠나보시죠. 아라동에는 '역사문화탐방로'라는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 있는데요.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제주의 가을을 만끽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는 한라산이 품은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입니다. 총 6.3km인 탐방로는 3개 코스로 나뉘는데요. 1코스와 2코스는 역사와 문화, 자연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이고, 3코스는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로입니다. 탐방로 진입로는 총 4개 지점으로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되는데요. 1코스는 관음사를 시작으로 신령바위, 노루물, 칼다리폭포, 고사리평원, 삼의악샘, 육각정을 지나고요. 2코스는 산천단에서 소산오름, 편백나무쉼터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일부 구간은 인적이 드물고, 바위가 많아 반드시 두 명 이상 함께 걷는 것을 권하고요. 신발은 트레킹화를 신고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탐방길에 만날 수 있는 주요 지점들을 살펴보면요. 먼저 힐링과 치유의 숲 소산오름과 편백나무쉼터입니다. 소산오름은 제주 시내와 가까워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오름 중 하나입니다. 오름 전체가 해송, 편백나무, 삼나무로 우거져 있어 푸르름이 가득한데요. 오름 입구를 지나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편백나무숲쉼터'가 나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면 피톤치드 향과 함께 산림욕을 하기에 참 좋습니다. 신선한 흙 내음과 자연의 소리는 편안함을 더해주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맨발걷기(어싱)를 추천합니다. 흙의 촉감을 느끼며 맨발로 걸으면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세요. 맨발걷기는 체내 전자파를 배출하고 혈액순환 촉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요. 걷기가 힘들면 중간중간 놓여있는 평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도 보고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 이곳에서 꼭 치유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아름다운 자연 속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칼다리폭포와 진지동굴입니다. '칼다리폭포'는 바위가 빗물에 의해 부서져 내리면서 생긴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요. 평소에는 칼로 자른 듯한 절벽만 볼 수 있지만,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절벽 아래로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폭포가 흐르지 않는 날이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용암 절벽과 울창한 자연림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니까요. 칼다리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진지동굴'이 있습니다. 진지동굴은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일본군들에 의해 구축된 동굴 형태의 군사 진지를 말하는데요. 이때 많은 제주도민들이 강제 동원되었던 곳으로 아픈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신비로움 가득한 비밀의 숲 신령바위로 가볼까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는 숲길을 지나면 '신령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신령바위 주변은 유난히도 숲이 울창한데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바위와 그 위로 뿌리를 내린 나무, 그 틈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가 이곳에 정말 산신령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신령바위에는 한라산 신령이 서려 있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먼저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쌓아둔 소원 돌탑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습니다. 작은 돌을 올려두고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한라산이 품은 아름다운 사찰 관음사도 꼭 들러봐야 합니다. 제주 관음사는 도내 30여 사찰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찰인데요. 한라산 기슭에 자리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산문 중 첫 번째 문인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가는 길은 곧게 뻗은 삼나무들이 현무암 돌담 위에 자리 잡은 석불과 연등의 경치와 더해져 운치를 자아냅니다. 사찰 내부는 웅장하고 멋스러우면서도 단아한 느낌이 강한데요. 사찰 내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삼의악 오름'은 산 정상부에서 샘이 솟아 나와 '새미오름'이라고도 불립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높게 뻗은 나무 사이를 걸으며 천천히 오르기 좋은 오름인데요. 숲의 청량감과 은은하게 코끝을 스치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가을의 상쾌함을 즐기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동안 제주의 가을이 선사하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천천히 걸어야지만 보이는 세상이 있습니다. 걸으며 만나는 아름다운 제주를 오직 걷는 자의 것임을 꼭 기억하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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